무지개 색 지갑과 침묵

어머니가 무지개 색 예쁜 지갑을 잃어버렸다. 나는 그 지갑에 20불과 교통카드만 있으니 굳이 힘들게 찾을 필요 없다고 말했다. 며칠 전 100불 지전 몇 장이...

경이로운 순환

넌 혹시 결혼을 할지라도 절대로 아기는 낳지 마. 막내동생이 이제 막 꽃다운 이십대로 접어드는 조카에게 마구 쏟아내고 있는 말이다. 우리 엄마는 나와 똑같은 아이를...

나의 옛 모습

그날은 생각하지 못한 긴 주말이었다. 영국 여왕이 타계한 후 ‘여왕 생일 공휴일’이 ‘왕 생일 공휴일’로 대체가 되면서 덤으로 얻어진 시간이었다. 묵은 살림살이를 정리하기 좋은...

겨울로 가는 길

메마른 쓸쓸함이마른 낙엽처럼 바스락거리고차가워진 바람이 스칠 때마다머리 위로 가을이 쏟아져 내린다발치엔 무심한 세월이 쌓이고서둘러 가버리는 가을에 누워하얀 겨울을 덮는다 사위는 매몰차게 얼어붙고벌거벗고 하늘을 안은 나목이투명한...

아마추어 시인

김규화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 문덕수 시인과 더불어 1977년 ‘시문학’을 인수해 지금까지 결호 없이 발행했다고 한다. 두 분은 아마도 처음에는 순수한 문학도의 자세로 자신들이...

그리움을 찾아

이스터 (Easter)의 긴 연휴다.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푸르고 햇볕과 세상이 반짝인다.밤비로 모든 세상의 먼지가 깨끗이 씻겨져 버렸나 보다.나도 청량함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다. 서둘러 가방을 대충 챙겨...

나를 대신한 나무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소리를 좇아 베란다 문을 열면서 망연자실, 나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감히...

말(慾)과 침묵(見)

어떤 상황에 몰입된 상태에서 말을 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 (emotional stress)는 해소될 수 있지만 듣는 사람의 불편 (emotional stress)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골프장 이야기

일요일 저녁, 동네 사람들은 사라네 집으로 향했다.사라 아빠가 홀인원을 했다는 것이다.그 소식은 즉각 각처로 퍼져나가 골프사랑 가족들이 속속 모여든다.“누구라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파3홀에서 한...

세 개의 흉터

주말에 나 홀로 낚시를 즐길 때였다. 물고기를 잡아오면 아들은 신나게 즐거워하며 많은 호기심을 보였다. 어느 날 아빠와 함께 낚시를 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단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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