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길

메마른 쓸쓸함이

마른 낙엽처럼 바스락거리고

차가워진 바람이 스칠 때마다

머리 위로 가을이 쏟아져 내린다

발치엔 무심한 세월이 쌓이고

서둘러 가버리는 가을에 누워

하얀 겨울을 덮는다

 

사위는 매몰차게 얼어붙고

벌거벗고 하늘을 안은 나목이

투명한 얼음 사이로 시린 바람 사이로

천천히 숨을 내뱉지만

세상은 아직 고단한 화가의 팔레트처럼

발화하지 못한 색들이

서로를 밀치며 존재를 품고 있다

 

그러나 겨울은

애벌레처럼 몸을 움츠리고

시간에 세월에 묻혀 고치를 짓는다

뜨개질하듯 한올한올 엮고

층층이 색을 쌓아

펄떡이는 새벽을 잉태한다

날개짓하며 날아오를 그날을 기억하며

 

 

미셸 유의 미술칼럼 (27)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환상적 원시회화 창조한 앙리 루소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미셸유 (글벗세움 회원·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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