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야기

일요일 저녁, 동네 사람들은 사라네 집으로 향했다.

사라 아빠가 홀인원을 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은 즉각 각처로 퍼져나가 골프사랑 가족들이 속속 모여든다.

“누구라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파3홀에서 한 번에 나이스 샷을 날려 홀 안으로 척! 적중 했다는데… 참 좋겠다.”

“그 시간에 혹시 바람이?”

 

홀인원은 작정을 해서 될 일도 아니고 홀인원을 했다고 모두 쟁쟁한 실력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

어쨌든 시드니에서 홀인원은 심심찮게 들려오는 소식이다.

골프 좀 친다 하면 웬만하면 한 번씩은 경험하는가 보다.

이유인즉 한국사람들은 대다수 골프에 열심이면서 골프비용이 싸고 동네마다 골프장이 있어서 거의 매일 골프를 치기 때문에 홀인원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일이라고? 설마…”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다’고 세계에서 가장 욕심 많은 한국인들이 골프 천국 호주에 왔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사실 열심히 일을 해야 먹고 사는 곳이 타국이라는데 어떻게 매일 골프를 친단 말인가!

그 비밀은 골프장에 있다. 골프장은 사실 24시간 열려있다.

시간이 없으면 새벽과 저녁을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골프 마니아들은 18홀은 다 못 돌아도 9홀은 돌고 하루를 시작해야 상쾌하다고 말을 한다.

아침에 못 돌면 저녁에 해가져서 공이 안보일 때까지 거르지 않고 치자는 각오로 매달린다.

 

그렇게 골프를 좋아하는 영이 아빠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골프장 이야기로 대판 부부싸움을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새벽 골프를 치고 온 영이 아빠가 계속 투덜댄 것이 싸움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여하튼 한국 놈들은 오나 가나 못됐어…”

가만히 듣고 있던 영이 엄마가 거북하여 한마디 거든 것이 발단이었던 모양이다.

“아니, 여보. 한국사람들이 뭘 잘못한다고 아침부터 욕이에요!”

그러자 영이 아빠가 핏대를 세우며 쏟아놓기 시작한 것이다.

 

“나 원 참! 창피해서… 글쎄 골프를 치다가 공 찾으러 숲에 들어갔더니 어느 한국 놈이 거기다가 똥을 한 무더기 싸 놓았잖아. 에잇! 왜 그렇게 한국사람들은 한국사람 망신을 많이 시키는지 아침부터 기분 더럽네!”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영이 엄마는 더 부화가 나더란다.

 

“뭐라고요? 어머머. 참내! 아니 그 골프장은 한국 사람만 간답디까! 그 똥이 한국사람 똥인지 호주사람 똥인지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기가 막혀서. 그래 호주 놈들은 똥 안 싸고 산답디까?”

 

영이 아빠는 얼굴색이 확 바뀌며 “얼씨구! 이 마누라, 알지도 못하고 왜 박박 긁으시나? 그 놈이 똥만 싼 줄 알어? 빤쓰로 밑을 닦고 거기다 벗어 버렸더라구.”

 

영이 엄마가 상상을 해보니 얼굴이 화끈하지만 기왕 말을 꺼낸 김에 한마디를 더 보탠 것이다.

“글쎄, 똥을 싸서 빤스를 벗어 버렸다고 다 한국사람이유? 아무리 한국사람들이 매너 없기로 소문이 나 있다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그렇게 나쁜 짓은 다 한국사람이 했다고 무슨 근거로 그렇게 단정 짓느냐구요! 호주는요, 중국사람들도 많이 산다구요!”

 

영이 아빠가 그 말에 더 흥분해서 울그락불그락 시퍼래졌다.

“보소! 보소! 영이 엄마야! 그 말 맞다. 근데 호주사람이 쌍방울표 빤쓰 입나? 아님 중국 사람이 쌍방울표 빤스를 입나? 어이? 당신, 아침부터 바락바락 대들면서 말은 참 잘 하는데 속 시원히 대답 좀 해 보그라. 잉?”

 

 

글 / 권은혜 (글벗세움 회원·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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