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찾아

이스터 (Easter)의 긴 연휴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푸르고 햇볕과 세상이 반짝인다.

밤비로 모든 세상의 먼지가 깨끗이 씻겨져 버렸나 보다.

나도 청량함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다.

 

서둘러 가방을 대충 챙겨 기차를 탔다. 목적지가 없다.

그래도 가 보았던 곳, 익숙한 곳에 꽂혀 블루마운틴 행 기차에 끌리듯 올라탔다.

기차는 점점 시드니를 벗어나 산자락으로 들어선다.

창 밖으로 보이는 장엄한 블루마운틴의 자태가 내 시야에서 내려다 보인다.

루라 (Leura)를 지나고, 커툼바 (Katoomba)를 곁눈질하면서 블랙히트 (Blackheath)에서 내렸다.

 

예전에 어느 커피숍에서 화가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기에 그 기억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주인이 바뀌었는지 테이블 위치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머리 주인장 그림도 없어졌다.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보니 또 몇 자 적고 싶다.

바람이 불고 날씨는 점점 추워진다.

문득 내가 입고 온 옷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사람들도 미처 추위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여기저기서 ‘프리징 콜드’라는 소리가 들린다. 따뜻한 장작불이 그리워진다.

 

몇 년 전 리치몬드 길을 달리다 한적한 곳에 커피숍이 있어 차를 세워 놓고 들어 갔었다.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와… 따뜻하다.

한쪽 벽난로에서 장작불이 타고 있었다.

불꽃을 탁탁 튀기면서 타고 있는 장작불이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 주었다.

그때도 차 한잔을 시켰고,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애플파이를 곁들여 먹었다.

그 맛이 지금도 그립다.

 

혼자서 훌쩍 떠나온 길

고풍스런 책방과 헌옷가게 그리고 액세서리를 파는 곳을 기웃거리며 걸었다.

느즈막한 오후, 그냥 가기가 서운해 맞은편 호텔 비스트로에 들렀다.

이곳은 공간이 넓었고 중앙 벽난로에서는 거짓말처럼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음료수 한잔을 시켜 놓고 다시 노트를 꺼내어 나의 그리움들을 찾아 더듬어 본다.

그제서야 써내려 갈수록 희미했던 그림자가 선명하게 노트에 그려진다.

나의 사랑, 나의 행복, 깊은 감동을 주었던 시간들

그 순간을 그리워했던 나의 내면을 쓰다듬어 본다.

 

바쁘게 달려왔던 지난 몇 개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일상에서 벗어나고파 온몸이 꼬이는 듯, 진저리가 나는 시점이 있었다.

가을… 가을이 되면 나에게 이러한 병(?)이 생기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나를 찾아 뭉게구름 따라 정처 없이 가면 그 많은 그리움들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도 길 따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나는 이곳에 와 있다.

 

 

글 / 클라라 김 (글벗세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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