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인과 함께 불에 타는 꿈을 꾸었지 자주자주 옮겨 다녀야 적응할 수 있어,여기저기 끌려 다녔지 오래오래 살면 곰팡이 꽃이 피지그래서일까, 꽃 질 때,낯익힌 시간이 남긴 부스럼처럼길거리에...

파통가 증언

불현듯, 젖어 드는 마음이었다. 파통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오랜만에 젖어 드는 마음에 빠져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내 위주의 경험과 공상으로 기대감을 채워나갔다.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시의 한 줄이 부고처럼

네비게이션 없이 접어든 길눈 덮인 노학동 화장터였다 곳곳에 터진 눈꽃을 감탄하며조금은 검게 보이고 싶은 까치 비슷한 것도 먹구름도 없는하늘 아래에서 슬픔이 전부인 눈물방울이순진무구한 방향으로 눈부시게 떨어졌다 언제부턴가...

롱핀

그는 나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이 얼굴의 반을 물 위로 내밀었다. 나는 분명 무슨 말을 그에게 들은 듯 했다. 두려움 없이 내게 다가온다는...

꿈틀꿈틀한 문장

우리 선생님은 지렁이를 사랑합니다. 길게 길게 숨을 아껴가며, 몸통도 끊지 말고, 느릿느릿해도 좋으니 살아있는 지렁이를 쓰라고 합니다. 비 오는 날 텃밭에서 지렁이를 자주 봅니다....

글로 읽는 레시피 / 꽤 괜찮은 여름 밤

겨울 끝 무렵느릿느릿 게으른 걸음으로 오시는 여름 비거리에 성근 붓질을 한다철갑 풍뎅이들 꽁무니마다진홍빛 꽃이 핀 채 꼼짝을 하지 않고젖은 바람 라디오 선율 따라 춤을...

넝쿨 한 줄기

삐져나온 넝쿨 아이비 한 줄기처럼혼자 도망쳐 본 적 있다 거뭇해지려 할 때얽히고설킨 줄기들이 서로 진저리를 낼 때모두 잠에 덮여 있을 때 저금통 탈탈 털어 편도 고속버스...

부끄러운 부끄러움

젊은 시절 명동성당 앞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똑같이 생긴 두 명의 남자가 늘 기타를 둘러메고 노래를 불렀던 풍경을 기억한다. 명동에 나갈 일이 있거나 근처를 가면...

제3호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지난 12월 2일 토요일, 무더운 날씨를 예상했으나 그리 덥지 않은, 구름도 보기 좋게 흐르는 날씨는 <문학과 시드니> 제3호 출판 기념회를 축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점심식사와...

영주권

고향 땅에 비가 내리면 유칼립튜스 발목이 젖는다젖은 눈물을 발치에 두고 뿌리까지 차오르는 저녁그러나 땅으로 내려온 검은 부리새에게는아무도 저녁을 열어 주지 않는다바람이 불 때마다조금씩 벌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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