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밭

요즘 미나리가 대유행이다휘어진 누구 눈썹을 닮은 것 같은산모롱이 돌아 만난 넬슨 베이*아랫도리를 내리고 바닷물에 쪼그리고 앉아푸른 물미나리 생각을 했다 머리에 내리쬐는 폭양이 뜨거워엎드려 양 주먹을...

바램, 셋

왼쪽 전봇대에 매달린검은 고양이가 울고 있습니다이별이 엎어진 골목길,강아지 한 마리가 울고 있어요웃음을 밀어 낸 시간들이 부풀러 올라구불구불한 길입니다 길에 구멍이 많아 귀를 대어 봅니다할머니의 허리...

김치볶음밥에 신라면 한 컵

바다 옆 수영장 거북등에 올라무릎 꿇고 기어온 허기진 오후 노스 시드니 그린 스퀘어누린내 우거진 후드 코트 테이크어웨이버터빵과 햄버거 스테이크에 치킨 파스티 피자 먹지 않아도위장은 이미 기름칠밑...

김치외교

퇴근길 한국 식품점에 장을 보러 갔더니 식품점 앞에 푸른 잎이 싱싱하게 달린 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통통하게 살집이 좋은 배추도 매장에 가득하고 새우젓까지 준비되어...

빗줄기에 매달리는 기억들

흐린 가을날씨에는 생각이 더 먼 곳으로 떠난다. 시야가 안개평야로 펼쳐져 있음으로 지칠 기색도 없이 멀리 아주 멀리까지 가보는 것이다. 거기에 서 있는 한 아이에게,...

배심원

월요일 오전 8시 30분, 코트에 도착했다. 우편으로 받은 Jury Duty 출석 요구서를 보여주었다. 안내인을 따라 2층 대강당으로 가서 순서대로 주는 번호표를 받고 들어가니 100여명이...

심정학 개론

철길 옆 빛인지 어둠인지 절반을 차지한 그런 구분, 유난히 관절이 떨릴 때 이일 저일 찾아 다니던 그가 보증을 섰다 하루아침에 뼈만 남겼다 추린 뼈는...

마지막 주인과 함께 불에 타는 꿈을 꾸었지 자주자주 옮겨 다녀야 적응할 수 있어,여기저기 끌려 다녔지 오래오래 살면 곰팡이 꽃이 피지그래서일까, 꽃 질 때,낯익힌 시간이 남긴 부스럼처럼길거리에...

깨졌다

전화벨 소리는날카로운 브레이크 마찰음에 일그러졌다 주춤거리다개찰구에서 통화는 시작됐다플랫폼으로 예정에 없던 기차가 진입하며소리는 점점 요란해졌다설전은 객차 안에서 치열해졌고느닷없이 부딪혀 튕겨 나온 충격휴대폰 안면 귀퉁이에 맞았다균열이 여러...

생일케이크

달이 내려앉는다제날짜를 찾아 햇수만큼 환하다 손뼉 사이사이떠오르는둥근달 한차례 침묵의 계절풍을 맞는촛불 따라훅, 한 해가 갈리고 단막 한 조각떨어져 나간다  송운석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시인·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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