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졌다

전화벨 소리는날카로운 브레이크 마찰음에 일그러졌다 주춤거리다개찰구에서 통화는 시작됐다플랫폼으로 예정에 없던 기차가 진입하며소리는 점점 요란해졌다설전은 객차 안에서 치열해졌고느닷없이 부딪혀 튕겨 나온 충격휴대폰 안면 귀퉁이에 맞았다균열이 여러...

생일케이크

달이 내려앉는다제날짜를 찾아 햇수만큼 환하다 손뼉 사이사이떠오르는둥근달 한차례 침묵의 계절풍을 맞는촛불 따라훅, 한 해가 갈리고 단막 한 조각떨어져 나간다  송운석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시인·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어떤 이유가 있어

쿠카부라가 질러댄다 쿠쿠카카카카 웃고 있다 입으로 따발총을 쏜다콩글리시 혀 짧은 모습으로 사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깔깔거려서 수습할 길이 없다 벙어리처럼 살고 있다 중증 환자는...

작정하고 말한다

뭘모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 무작정 나선 등산길아랫배가 무거웠던 게지봉숭아 꽃길에 구린 인공물로소원 풀이를 해놨더라구자연에 대한 보시일까덮을게 없는 딱한 그 위에돌을 서너 개 시주 했어 지나가는 사람들도무작정 돌...

시드니 시티 퀸 빅토리아 빌딩 산책길

벽은 사방에 있다. 내 밖에 내 안에 그리고 벽 안에 또 벽들…  나는 무수한 말로 무수한 벽을 또 쌓고 있다. 벽들은 서로 잇닿아 담장을...

화석물고기

실러캔스*낮은 소리로 불리던 이름헛기침 아래 숨겨진 지천여자가 무엇이냐고 다그칠 때마다 눈꼬리를 내렸다허투루 피지 않겠노라고 고집하던높은 미와 솔 사이갈라지는 소리가 좁은 골목을 울린낯선 태몽이었다 빼지 못해...

속이 썩는 줄도 모르고

늑골 사이로 단번에 깊숙하게 주삿바늘이 들어왔다. 숨이 턱 막히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칼에 찔리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정신이 아득한 중에도 살 속을 후비는 것이...

뙤창

고향을 데려와 곁에 두고눈으로 아끼다닥종이를 문살에 얹어시드니 웬트워스빌흔들리는 달빛을 우려냅니다 창호지 문을 따라온 겨울문풍지에 달아두니콩댐이 장판 쩔쩔 끓는 아랫목넘나드는 격자문 되어눈발 흩날리는이민의 한 세월 같이...

슬픔도 힘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플로리다, 그 지명을 조용히 불러본다. 넘치는 햇살에 잘 익은 과일들이 다닥다닥 가지에 붙어있거나 바닥에 뒹구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사진에서...

굴렁쇠

굴렁쇠굴렁대 쥔 주자감천마을 오두막을 돌아 나온다헐떡이는 골목 끝자락에 내던진동그라미구르는 호흡 뒤뚱댄다 중심이 멀고 멀수록엎어질 듯 휘청거리는온몸 구르며 산다 전전하는 앞모습과 뒷모습이순환반복 되는 행로주류에 다가갈 수 없는삶의 곡선끝내 겉돌기 하는 옆에서 걷어차인 원지름의 진동이좌절에 부딪쳐 상처로 해어진다달팽이관의 누적된 흔들림동그란 물결처럼 커져간다 달려온 시간들발목 묶어 맴돌이 한다원심력에 하나 둘 나뒹구는 눈동자홀로 남는 동력 쇠한 버거움제자리에 서서 까닥거리다동그라미 품속에 드러눕는 굴러먹는 한 생 송운석(시동인 캥거루 회원·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Translate (번역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