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학 개론

철길 옆 빛인지 어둠인지 절반을 차지한 그런 구분, 유난히 관절이 떨릴 때 이일 저일 찾아 다니던 그가 보증을 섰다 하루아침에 뼈만 남겼다 추린 뼈는 개에게 던졌다 쇠줄 차고 끌려가는 굽 높은 구두는 커피를 흘렸고 단호한 입술에 대해선 아니 그보다 먼저 주먹을 거머쥔 그, 냉장고 크기가 또 줄었다 이삿짐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스물한 살이 되는 날 집을 떠났다 투사처럼, 넌지시 가져다 댄 등으로 앙상한 십자가 오른다 응! 으응! 마음을 껴안고 하루 해 풀리고 불안하기만 한 달랑 하나 땀 뻘뻘 꾸물대는 까닭 고해성사만 아니면 한동안 천장을, 미리 독립한 아들 나는 별자리 헤매는 밤 어둠을 지고 올라가는데, 화살기도가 천장으로 박힌다

 

김인옥 (캥거루문학회 회원·2017년 계간 문학나무 등단·재외동포문학상 수상· 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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