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밭

요즘 미나리가 대유행이다

휘어진 누구 눈썹을 닮은 것 같은

산모롱이 돌아 만난 넬슨 베이*

아랫도리를 내리고 바닷물에 쪼그리고 앉아

푸른 물미나리 생각을 했다

 

머리에 내리쬐는 폭양이 뜨거워

엎드려 양 주먹을 모래밭에 쑤셔 박고 다리를 뻗으니

흐드러진 몸이 둥실 뜬다

낯 선 꼬마 하나 주춤거리며 다가와

저도 박는다

향긋한 이국의 미나리들이 논 물 따라

오르락내리락 쏠려 다녔다

 

먼 지평선에서 굽이쳐 오던 푸른 뱀이 하늘 귀퉁이를 깨물어

금 간 하늘에서 시커먼 급살이 쏟아졌다

장화 신은 숙모가 미나리 심다 말고 허리 펴서

젖은 얼굴로 깔깔 웃는다

 

외할미 청석골 미나리 밭을

넬슨 베이가 뭔 수로

파종을 했는지

윤슬마다 넘실대는

노지의 미나리 다발이

갈수록 짙푸르게 뿌리내린다

굳어가는 이향(離鄕)의 바다에서

 

 

*시드니에서 약 215킬로 떨어진 동부 해안 지역으로 토마리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해변이 펼쳐진 곳, 혹등고래도 가끔 볼 수 있음

 

 

윤희경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2015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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