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졌다

전화벨 소리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마찰음에 일그러졌다

 

주춤거리다

개찰구에서 통화는 시작됐다

플랫폼으로 예정에 없던 기차가 진입하며

소리는 점점 요란해졌다

설전은 객차 안에서 치열해졌고

느닷없이 부딪혀 튕겨 나온 충격

휴대폰 안면 귀퉁이에 맞았다

균열이 여러 갈래로 생겼다

대화 한마디 한마디

내면의 실금을 따라 꽂혔다

정차하는 역 마다 한숨 돌려 봤지만

공방은 거친 리듬으로 이어져

철컹거리는 어휘마다 골이 깊고 멀어졌다

마주 오는 열차의 기적이 쏟아낸 말들

켜켜이 밀어에 침전된 흔적 찾아

연방 털어내 산산조각 냈다

 

떠나가는 기차를 뒤로하고

환승역에 서서

깨어진 틈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

 

 

송운석 (시인·캥거루문학회원·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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