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주인과 함께 불에 타는 꿈을 꾸었지

 

자주자주 옮겨 다녀야 적응할 수 있어,

여기저기 끌려 다녔지

 

오래오래 살면 곰팡이 꽃이 피지

그래서일까, 꽃 질 때,

낯익힌 시간이 남긴 부스럼처럼

길거리에 버려지거나

쓰레기통에 던져지거나

 

버텨온 세월마저

힘 빠진 비닐봉지에 담아 아무데나

버려질 것 같은 예감 때문에

 

꼼꼼하게 수리되거나

알맞게 사용되거나

닦아줘서 깜빡, 빛나게 해주는

불길한 꿈을 꾸었지

 

 

신현숙 (캥거루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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