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톡톡건드리다 말다찔러보다 말다 간지러워 앞마당에 배롱나무 꽃움찔가만히 앉아있는 긴부리꿀먹이새붉게 여름 한 때 내다보는진홍빛 가뭄 스윽날아가자 마자떨어지자 마자벌떡 원해? 김인옥 (시인·시동인 캥거루 회원·dgstella@hanmail.net) * 황인숙 시인의 시 ‘바람 부는 날이면’ 읽다가 문득...
국민체조 시~작
“국민체조 시-이작” 네 살 배기 손녀가 따라다니며 ‘시이작’을 외친다. 네식구 먹은 그릇을 씻고 나니 무릎이 아프다. 엉거주춤 무릎에 손을 짚고 다리운동을 했다. 옆에 서...
어떤 이유가 있어
쿠카부라가 질러댄다 쿠쿠카카카카 웃고 있다 입으로 따발총을 쏜다콩글리시 혀 짧은 모습으로 사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깔깔거려서 수습할 길이 없다 벙어리처럼 살고 있다 중증 환자는...
다정한 독백
시드니 붉은 자국 남기는 사월노을 이우는 하늘야윈 눈동자 하나 잠들어꿈꾸듯 눈 맑아 어린 마루에 앉아뛰어오실 엄마를 기다린다 타닥 타닥 타다닥다가오며 뜨거워지는저 발걸음 속에내 안의 발자국들도...
고양이 부고
산문이가 죽었어요 J 선생에게서 카톡이 왔다적도를 넘어남반부로 배달된 죽음 바람이 목덜미를 잡던 어느 날 냥이 세 마리와 함께 사는 K 시인을 만났다. 우리는 부개역 외곽 논둑길을...
죽어 봤어야지 말이지
거미는 어디에 숨어서 나비의 목을 죈 것일까차창 밖 오렌지 나무에서 단물을 빼먹던파란 점박이 발목이 잡혔다 결국 피를 뽑기로 했다꽃이 세 번 피고 지도록몸 속의 일...
족발 권력
흑갈색 종아리에 윤기가 넘쳐흐른다. 근육질 허벅지나 질 좋은 머리와도 견줄 수 없는 발목과 무릎 사이의 존재감이라니. 뼈를 튕겨내면서 툭 벌어진 모습은 오랜 시간 뜨겁게...
시의 한 줄이 부고처럼
네비게이션 없이 접어든 길눈 덮인 노학동 화장터였다 곳곳에 터진 눈꽃을 감탄하며조금은 검게 보이고 싶은 까치 비슷한 것도 먹구름도 없는하늘 아래에서 슬픔이 전부인 눈물방울이순진무구한 방향으로 눈부시게 떨어졌다 언제부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