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모르는 행복 없어요

산에 언덕에*땅속 깊은 데는없나요그 향기 나볕에 바투 앉아한없이 즐겁게 산에 언덕에하늘에올라목을 길게 뺀 당신 우리 살던 집굴러가니꽃봉오리 속 살 맞댄 자리안전하니 새끼 친 진딧물처럼죽어서도 들러붙는 소리 산에 언덕에햇살에 고인...

글로 읽는 레시피 / 꽤 괜찮은 여름 밤

겨울 끝 무렵느릿느릿 게으른 걸음으로 오시는 여름 비거리에 성근 붓질을 한다철갑 풍뎅이들 꽁무니마다진홍빛 꽃이 핀 채 꼼짝을 하지 않고젖은 바람 라디오 선율 따라 춤을...

Covid 일지

목이 매캐하다. 허리 디스크가 신호를 보낸다. 벌써 10주째, 주 6일 일하고 있으니 몸이 성할 리 없다.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지만 폭주하는 전화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깨졌다

전화벨 소리는날카로운 브레이크 마찰음에 일그러졌다 주춤거리다개찰구에서 통화는 시작됐다플랫폼으로 예정에 없던 기차가 진입하며소리는 점점 요란해졌다설전은 객차 안에서 치열해졌고느닷없이 부딪혀 튕겨 나온 충격휴대폰 안면 귀퉁이에 맞았다균열이 여러...

꽃봉오리

얘들아 내 말 좀 들어줄래?내가 왜 평생 혼자 사는지아이도 못 낳는지 원래 난 예뻤거든그날 그 일본 순사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아버지가 보내려던 집에 시집갔더라면일본가는 그 배를...

럭키의 봄

둘둘 싼 포대기 속번개가 튄다 문이 열리자쏟아지는 시궁창 냄새목구멍 깊이 송곳니 날서는저 문밖어디를 지나왔는지 세상을 물어뜯다 자신을 물어뜯은검은 목구멍에 솟구치는 송곳니 “안락사 시켜야 돼요” 오물로 던져 놓은 숨...

넝과 20불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국 방송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마주하면서 나는 역이민을 생각할 정도로 빠져들었다. 한국은...

무엇이 우리를 갈라놓는가!

타스마니아에서 두 번 놀랐다. 모나박물관 (MONA)의 규모에 놀랐고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몇 년 전 제주도의 외딴 곳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마주쳤을 때와 비슷한...

길상사

- 성준에게 옛 길을 따라 걸었지먼, 그 길어떤 단풍으로든 물들었을 템플 스테이를 지나당나귀 울음소리* 들리는 나무 아래붉게 붉게 떨어지는사랑 이야기 어쩌다 이는 시드니 바람엮을 때마다밥이나 먹자는 말로...
Translate (번역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