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봤어야지 말이지

거미는 어디에 숨어서 나비의 목을 죈 것일까

차창 밖 오렌지 나무에서 단물을 빼먹던

파란 점박이 발목이 잡혔다

 

결국 피를 뽑기로 했다

꽃이 세 번 피고 지도록

몸 속의 일 모른 척했다

 

붉은 피가 채혈 병 안으로 옮겨진다

가벼운 척 무겁게, 붉은 척 검붉게

 

하루 만에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 병원으로 나오셔야겠어요

당신의 시뻘건 속이 다 드러났어요

거짓말

 

납작하게 죽어있던 신경이

칼을 차고 벌떡 일어나

목을 움켜잡고 머리채를 흔든다

 

죽은 줄 알았던 파란 점박이

날개를 퍼덕이고 숨을 고른다

 

뜬눈으로 몸 속을 달린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고

어둠이 어둠을 삼키는 거룩한 밤

지구의 이쪽과 저쪽을 뒤척이던

풍경 한 점이 결국 구원을 받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아침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약속 시각에 맞춰 저승문이 열렸다

구겨진 내 몸 속 지도를 펼쳐 보이며

불치병이네요

 

‘마왕*이 보이시죠?’

 

당신은

서서히 죽게 될 거예요

그건 제가 아닌

저의

사족인걸요

 

백경 씨

시 씨를 제발

발로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

 

 

백경 (문학동인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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