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의 봄

둘둘 싼 포대기 속번개가 튄다 문이 열리자쏟아지는 시궁창 냄새목구멍 깊이 송곳니 날서는저 문밖어디를 지나왔는지 세상을 물어뜯다 자신을 물어뜯은검은 목구멍에 솟구치는 송곳니 “안락사 시켜야 돼요” 오물로 던져 놓은 숨...

안개 낀 에핑 로드, 모닝 빵을 사러 가는 길에

느리게 활공하는 새가 보였다​어떻게 알았을까셔터 스피드 60분의 1로 잡은 안개 속 아침겨울 햇살만큼 헐렁해진 거미줄에 걸려깊이를 몰라도 찍히는 기분들​길 끝을 더듬지 않고도 알 수...

시드니 시티 퀸 빅토리아 빌딩 산책길

벽은 사방에 있다. 내 밖에 내 안에 그리고 벽 안에 또 벽들…  나는 무수한 말로 무수한 벽을 또 쌓고 있다. 벽들은 서로 잇닿아 담장을...

마지막 주인과 함께 불에 타는 꿈을 꾸었지 자주자주 옮겨 다녀야 적응할 수 있어,여기저기 끌려 다녔지 오래오래 살면 곰팡이 꽃이 피지그래서일까, 꽃 질 때,낯익힌 시간이 남긴 부스럼처럼길거리에...

무엇이 우리를 갈라놓는가!

타스마니아에서 두 번 놀랐다. 모나박물관 (MONA)의 규모에 놀랐고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몇 년 전 제주도의 외딴 곳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마주쳤을 때와 비슷한...

김치외교

퇴근길 한국 식품점에 장을 보러 갔더니 식품점 앞에 푸른 잎이 싱싱하게 달린 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통통하게 살집이 좋은 배추도 매장에 가득하고 새우젓까지 준비되어...

끝물

앞마당 화단에 몇 달째 3미터가 넘는 기다란 목을 늘어뜨리며 장하게 피던 용설란꽃이 다 지고, 마른 대만 남아 매달려 있다.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꽃을 피우던...

즐거운 약속

기억의 날은 아프다 사일육이 아파 어린이날이 아프고사일구가 아파 오일팔이 아프다아프게 태어난 아이가 자라약하고 힘든 비정규직이 되었으니근로자의 날에 아픔이 배어있는 것이다 3월 1일이 아프고6월 25일이 아프다8월 15일이...

족발 권력

흑갈색 종아리에 윤기가 넘쳐흐른다. 근육질 허벅지나 질 좋은 머리와도 견줄 수 없는 발목과 무릎 사이의 존재감이라니. 뼈를 튕겨내면서 툭 벌어진 모습은 오랜 시간 뜨겁게...

나비장

나비들이장롱비밀을 캐고 있습니다손톱 밑에 배인 몇 날의 옻칠나전 뜨다 이지러진 실 눈숯보다 고운 숯가루 내어백칠로 구석구석 씻어냅니다제 몸 보다 고은 몸이 어디 있을까요깨문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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