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고

산문이가 죽었어요

 

J 선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적도를 넘어

남반부로 배달된 죽음

 

바람이 목덜미를 잡던 어느 날 냥이 세 마리와 함께 사는 K 시인을 만났다. 우리는 부개역 외곽 논둑길을 걸으며 시 이야기보다 고양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산문이가 요즘 제 무릎에서 떠나질 않아요

고양이의 체온은 얼마나 될까?

고양이에게 체온을 나눠준 시인과

혼자 사는 여자의 움츠린 온도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내준 커피는 부개산 산그늘만큼이나 차가웠다

 

처음 받아본 고양이 부고, 나는 검은 정장을 차려 입고 고양이의 탈을 쓰고 허물어진 담장 끝 유칼립투스 나무위로 뛰어올라 안개 속에 잠긴 시인의 시집을 펼친다

 

아직도 시는 아프다*

 

냥이 세 마리가

야옹~, 냐옹 ~, 니아옹~

시인의 옆에서 함께 울고 있다

 

시집을 덮고 J 선생에게 답장을 써 보내며 K 시인에게 위로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다

 

야옹~, 냐옹~, 야~~옹~,

 

이번에는 직접 위로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길상호 시집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시인의 말 중 일부

 

 

백경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

 

 

 

 

Previous article프랜차이즈 사업분쟁
Next article꿈과 비전 공유하는 부부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