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게 살해 충동이 느껴지는 발라드 (단편소설 연재)

넌 나한테 죽은 사람이야. 넌 죽었어.난 차갑게 미소 짓는다. 라이플엔 내 심장보다 뜨거운 블릿이 곧 장착될 것이다. 팔을 뻗어 가방을 확인한다. 라이플 부품이 담긴...

사막에서

그대 언덕 믿어도 되나요변치 않는다는 걸 믿어도 되나요넘고 또 넘고그 너머 모래 폭풍앞날 깜깜해지는 밤사이, 자리 바뀌는 사구부드러운 모래 아니라면누가 믿어주나요항하사홀로 아무렇지 않다는 걸  송운석 (문학동인 캥거루...

세실리아 미혜 하-장

‘82 년생 김지영’ 영화를 보았다. 왜 열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나이가 벌써 쉰 고개를 넘은 지 오래지만 고루한 영화는 마치, 1980년대의 한국 상황이...

럭키의 봄

둘둘 싼 포대기 속번개가 튄다 문이 열리자쏟아지는 시궁창 냄새목구멍 깊이 송곳니 날서는저 문밖어디를 지나왔는지 세상을 물어뜯다 자신을 물어뜯은검은 목구멍에 솟구치는 송곳니 “안락사 시켜야 돼요” 오물로 던져 놓은 숨...

넝과 20불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국 방송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마주하면서 나는 역이민을 생각할 정도로 빠져들었다. 한국은...

탕수육 두 접시

퇴근길, 비가 내린다. 스트라스필드 식당가를 지나는데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뭘 좀 먹고 갈까. 이 시간만 되면 나는 날마다 갈등이다. 뱃속에서는 벌써 꼬르륵 소리가...

화분

생체의 창이 열린다사향제비나비 밖으로 밖으로생물들 발정에 분주하다 흙살 가둔 터속 단장 한창이다햇살 꼬이는 씨방을 갖기 위한 자리다툼모여든 꽃나이, 홍등 빛 바람을 기다린다 우주를 향하는 땅속 깜깜한 자궁로켓에 얹힌 꽃씨 한 움큼어둠 속으로 흩어진다채홍사의 수작으로거룩한 모성에 안기듯 틈새로 틈새로웜홀*의 난해한 지형을 헤쳐 나와 다독여 묶이는 방태초의 고독이 태교의 하모니에 심장을 박동하며우주를 유영하는 발차기 한창이다아기집에 갇힌 계절은 한껏 부풀고몸 트림이 지축을 가른다손발 뿌리 내리는울음 안에서 일어서는 울음 우렁차다진화를 잊은 유전 형질들어미 허물을 뒤집어쓴다 생의 보금자리에서 블랙홀을 오가는꽃이 씨앗을 씨앗이 꽃을 낳는윤회를 키우는 우주불꽃 번식이 환하다 계간 <한국동서문학> 2017년 겨울호 * 웜홀 (Worm Hole) : 블랙홀과 화이트홀로 연결된 우주 내의 통로, 시 공간의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고차원의 통로  송운석 (시동인 캥거루 회원·2017 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 수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입상)

빛나는 조끼

늦겨울 새벽 환승역 스트라스필드기차를 타러 나오는 일용직 근로자들형광색 안전 조끼가 움찔거린다 새벽새 울음보다먼저 일어나허리 구부리고자신을 해체시켜쐐기가 되는 이들 소리 없이 자신을 빈 틈에 밀어 넣고살갗처럼 벗지도...

감 잎

저녁 빛 흩어지는 산 가을풀숲 마을에 해가 집니다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그만큼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달뜬 걸음 재촉하며 뛰어가는데앞서던 바람 한 점 감 잎이 됩니다 시오리버스정류장담배가게...

쿠스코

비행기에서 내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또 택시에 올라탄다. 한참 큰길을 지나 굽이진 동네 길로 진입하자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어 온다. 쿵쾅쿵쾅 요동을 치는 것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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