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건드리다 말다

찔러보다 말다

 

간지러워

 

앞마당에 배롱나무 꽃

움찔

가만히 앉아있는 긴부리꿀먹이새

붉게

 

여름 한 때 내다보는

진홍빛 가뭄

 

스윽

날아가자 마자

떨어지자 마자

벌떡

 

원해?

 

 

김인옥 (시인·시동인 캥거루 회원·dgstella@hanmail.net)

 

 

 

 

* 황인숙 시인의 시 ‘바람 부는 날이면’ 읽다가 문득 떠오른 시상입니다. 시인의 시와 해설도 감상해보세요.

 

바람 부는 날이면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황인숙

 

통통 튀는 시, 이 시인을 늘 따라다니는 말 중의 하나다. 시를 앞에 놓고 심각한 척 무게 잡는 법이 없다. 오히려 무게를 잡는 일이 우습다는 듯 야유나 조소를 보낸다. 가볍게, 가볍게 징검다리 건너뛰듯 살아보자는 듯.

 

만약에 어떤 남자가 벌판을 뒤흔드는 거센 바람 앞에 서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는 팔뚝을 치켜들고 바람에 저항하는 투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거나, 아니면 바람의 위험을 느끼면서도 모른척하는 달관한 도인의 포즈를 취할 것이다.

 

남자란, 자신을 과장하는 일로 일생을 소비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아아, 바지는 가련하구나. 가슴 위까지 치솟는 상쾌함을 느낄 수 없으니. 바지는 바람이 불어도 그저 숙맥처럼 입만 꾹 다물고 있겠구나. <출처: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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