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왕

어둠이 깔리는 뒷마당에 꽃 바람이 일렁인다. 길다란 잎에 매달려있던 꽃자루들이 위쪽으로 방향을 틀며, 관능적인 몸짓으로 개화를 시작한 것이다. 연 핑크 빛, 겉 봉오리가 살짝...

황혼

서산 마루지는 해 걸쳐 앉아능선 아래 바위앉은 그림자 온 종일바삐 걸었으니쉬어 감세 뉘엿뉘엿석양에노을 질 때면 지친 이내 몸가눌 길 없어고개 넘어나의 집멀기만 하네 돈 명예 권력짐 벗은 지오래...

짝사랑

남편의 절뚝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무릎연골이 파손되었다는 병원 진단이 나왔다. 만보 걷기 산행을 즐기더니 무리가 온 것 같다. 이층을 오르내리는 것도...

첫사랑

나의 첫사랑은 편지로 시작되었다. 1959년 태풍 사라 호가 한반도 남부를 강타했던 그 해 나는 진해만의 넘실대는 물결을 벗삼아 청운의 꿈을 가슴에 안고 훈련과 학업에...

노을

붉은 솜사탕 같은 것이하늘에서 내려와적막의 파고를 타고 흐른다. 싸늘한 숨소리갯바람에 묻혀버리고혼령은 춤을 추며제 갈 길을 서두르나니 한숨으로 견뎌낸숱한 나날바람에 날려보내고 어딘가 내 가야 할길도 있기에또한 서성이나니… 그대 향한...

미운 정 고운 정

이민 와서 처음으로 체리브룩에 집을 샀다. 주위에 호주 노인들이 많이 산다고 했더니 먼저 이민 온 친구가 옆집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몇 가지...

생각이 머무는 방

시카고 동생 집에 도착했다. 첫아이 결혼식이니 무조건 와야 된다는 동생의 으름장에 나와 남편은 호주에서 먼 길을 온 것이다. 동생은 내가 미처 가방을 풀기도 전에...

9월을 보내며

심금을 울리는 이브 몽땅 (Yves Montand)의 샹송 ‘고엽’ 에서 9월이 가고 10월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어릴 때는 9월이 되면 즐거웠다.  한가위 때 우리 형제들은...

몽블랑

발단은 볼펜이었다. 교민매체 <코리아타운>에 ‘기억의 저편’ 이라는 짤막한 시가 실려있는 것을 보았다. 원고지 위에 검은 볼펜 한 자루가 비스듬히 놓여져 있는 배경 그림이었다. 순간...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웃집에 놀러 갔다가 특이한 형상을 한 선인장을 보게 되었다. 기다란 기둥 형상의 몸체가 하늘로 뻗은 그 끝에 노란 꽃이 화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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