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다

발은 묶여 있고날아가는 마음에나뭇가지에 끼인 해지글거리고허리 꺾인 풀흐느적대는깜깜한 낮타는 고통이다 풍선 같은 딸의 걸음을 받치며괜찮아, 괜찮아 아는 병이야실실 새던 웃음블랙타운 병원 산실칠흑 속에 잠기고소식 없는...

DMZ 발전 병

제대한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DMZ라는 글자만 보이면 눈이 번쩍 뜨인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이기도 하지만 1970년대 초반에 내가 근무한 DMZ 철책선의 전경이...

안개 낀 에핑 로드, 모닝 빵을 사러 가는 길에

느리게 활공하는 새가 보였다​어떻게 알았을까셔터 스피드 60분의 1로 잡은 안개 속 아침겨울 햇살만큼 헐렁해진 거미줄에 걸려깊이를 몰라도 찍히는 기분들​길 끝을 더듬지 않고도 알 수...

죽음에 이르는 병

키에르케고르의 책 이름이다. 아주 오래 전에 암에 대한 철학적 소고인줄 알고 책을 집어 읽었는데 실존주의 철학 책이었다. 이 귀엽고 얌전하게 생긴 덴마크 철학자에 의하면...

심정학 개론

철길 옆 빛인지 어둠인지 절반을 차지한 그런 구분, 유난히 관절이 떨릴 때 이일 저일 찾아 다니던 그가 보증을 섰다 하루아침에 뼈만 남겼다 추린 뼈는...

민들레 밥상

몇 주째 내리던 비가 그쳤다. 가꾸지 않고 내버려 둔 정원은 초록으로 무성하다. 어떤 것이 화초이고 잡초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잡초를 뽑아낼 요량으로 풀숲을 헤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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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튼 철새

컴퓨터 화면에 커서가 나타났다. 넓은 공간은 내 손가락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우주의 지배자인 내 생각처럼 단어 단어가 이어지지 않는다.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다 그만둔다. 치밀어...

구녁*

뻐꾸기 울음소리 초여름 밤이 깊었다. 무심코 여는 문소리에 날아가 다시 앉는다. 멀어진 구슬픔에 귀를 더 길게 열어보는.   멀리서라도 실컷 울어라. 어미는 이국의 사생아였으니, 구석자리 거미줄이며...

기억의 생애

근로자 두 명이 Bell Street, 그녀 집을 찾아온 것은 월요일 오전 8시였다. 형광 유니폼을 똑같이 차려 입고 있어서 그 나름 부엌 전문가처럼 보였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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