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녁*

뻐꾸기 울음소리 초여름 밤이 깊었다. 무심코 여는 문소리에 날아가 다시 앉는다. 멀어진 구슬픔에 귀를 더 길게 열어보는.

 

멀리서라도 실컷 울어라. 어미는 이국의 사생아였으니, 구석자리 거미줄이며 먹을 것을 갈취해서 움켜쥐는 악다구니, 산 입 지키려고 눈에 불을 켜는.

 

제 먹을 것은 타고난다는 말을 못 믿던 초년 댁이, 탁란도 아닌데 깨뜨린 가난한 알, 지갑 속이 빌 때마다 그 탓을 했다

 

시티 센트럴 역 근처, 이름도 기억 못 한 병원, 뻣뻣한 다리를 어떻게 벌렸을까, 사는 게 뭐 그리 무섭다고 그 여린 뱃속을.

 

참나리 꽃 피는 밤이니 자주 왔으면, 어린것 눈 좀 붙이고 갔으면.

 

*구멍의 방언

 

윤희경 (문학동인캥거루 회원·2015년 미네르바 신인상 등단·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문학과 시드니 편집위원, 문학동인 빈터 활동 중)

 

 

 

 

Previous article그때 그 사람들
Next article학원을 이기는 독학 영어회화 1 Unit 25 –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