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힘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플로리다, 그 지명을 조용히 불러본다. 넘치는 햇살에 잘 익은 과일들이 다닥다닥 가지에 붙어있거나 바닥에 뒹구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사진에서...

김치볶음밥에 신라면 한 컵

바다 옆 수영장 거북등에 올라무릎 꿇고 기어온 허기진 오후 노스 시드니 그린 스퀘어누린내 우거진 후드 코트 테이크어웨이버터빵과 햄버거 스테이크에 치킨 파스티 피자 먹지 않아도위장은 이미 기름칠밑...

원두막

흔적조차 없다. 무성한 풀로 뒤덮여 울타리도 사라졌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얼굴을 훑고 스쳐간다. 어렸을 적 볼 빨간 아이가 헉헉거리며 오르던 그 길은 어디로 갔을까. 코 흘리는...

잠을 수집하는 매미

바깥은 조용한 겨울,슈베르트 음악이 있다이 고요의 세계에서 겨울 나그네는잠자는 시간을 좋아한다 애벌레 시절에주글주글한 나무 구멍을 물어뜯는꿈의 모성을껍질 속에 숨긴 나는나무뿌리의 감성과 지성을 가공하여네 차례 이상을...

쿠스코

비행기에서 내려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또 택시에 올라탄다. 한참 큰길을 지나 굽이진 동네 길로 진입하자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어 온다. 쿵쾅쿵쾅 요동을 치는 것과는...

청춘의 덫

남:)다리를 고정시키는 동안섹스라고 들었다마음이 홀딱 벗겨진 채개구리 다리 아니 균형 잡힌 그 애 몸을 훑었다빳빳해진 사지식은땀으로 탕진해버린 첫 수업분노는 무한 리필그 애가 윤리 선생으로...

지금 우리 제대로 가고 있어?

몇 년 전,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여행 규제 기간에 나는 백일몽을 꾸는 경지를 넘어 몸은 방에 있되 생각만은 시 공간을 넘나드는 유체...

철조망 오선지

석양이 질 무렵카메론 코너 외각 철조망엔딩고의 해골이 웃고 있었지 바람을 끌어들여레퀴엠을 적고 있는 너,잦아들던 마지막 숨을 턴테이블에 올려 보았지 한 생이 단조로 내려앉을 때클라이맥스를 지나온 까마귀...

‘황철영’ 작가를 아시나요

고 2 때 <어둠의 자식들>을 읽었다. 나는 그게 소설인지 몰랐다. 소설은 현진건이나 이상, 나도향, 이광수 같은 사람들만 쓰는 줄 알았다. 그저 좀 ‘세련된’ 무협지인...

화산

입들이 어쩌자고 터진다 불꽃체로 살았던 이십 대터질 듯 터질 듯몇 번 터지기도 했을 거야당신은 어느 대목에서 터졌어? 세상에서는꽃들 터져가방 터져최루탄 터져판도라마저 터져 맨틀 위에 앉아열도 같던 우리마그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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