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덫

남:)

다리를 고정시키는 동안

섹스라고 들었다

마음이 홀딱 벗겨진 채

개구리 다리 아니 균형 잡힌 그 애 몸을 훑었다

빳빳해진 사지

식은땀으로 탕진해버린 첫 수업

분노는 무한 리필

그 애가 윤리 선생으로 부임한 그날도

 

여(:

교생 실습 나온 애송이 앞에서

섹시를 섹스로 발음했다

설익은 영어 단어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애송이

웃음은 무한 리필

뻘개지다 못해 핏발선 눈알이

지글거리며 타고 있었다

헤프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교생 실습 내내

아니, 배정받은 학교에서 재회하던 그날도

 

남:)

그 애와, 아니 김 선생과

하숙집 방향이 같다는 건 알고 있었다

살짝 데친 증오

오징어 굽는 냄새가 풍문에 뒤섞이게 된 건

소포를 짊어지고 온 힘을 다해 나란히 교문을 나선

그날부터였다

 

여(:

고향에서 교무실로

오징어 한 축과 감자 한 포대가 배달되었다

애써 아닌 척했던 하숙집 방향

말의 씨앗이 몸을 얹었다

이민 올 때도 루머는 따라왔다

 

남과 여(:)

개구리 다리보다 처지는 그의 힘에 대해

늙어서도 불경스런 내 발음에 대해

잡히는 대로 오징어 다리 하나씩 물어뜯었다

실험실서 만나

부부가 되기까지

 

 

김인옥 (시동인 캥거루 대표·2017년 문학나무로 등단·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수상·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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