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토요일, 무더운 날씨를 예상했으나 그리 덥지 않은, 구름도 보기 좋게 흐르는 날씨는 <문학과 시드니> 제3호 출판 기념회를 축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점심식사와 함께 시작된 이 행사는 2023년 재외동포 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축하 패 수여로 시작했고, 그 동안 시드니를 다녀간 유명 문인들의 깜짝(?) 영상메시지가 나오자 참석자들은 반가움에 웅성거렸다. 지난 6-7년간의 만남을 회상하며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아마도 참석자의 반 이상은 서로의 소중한 만남을 기억했을 것이다. 이어 아주 어린 소년의 귀여운 첼로연주가 있었고 시드니한인회장과 재외동포청 영사 두 분의 축사가 이어졌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문학과 시드니>에 관한 영상을 관람하고, 평균 80대 어른들 6명의 하모니카 연주도 들었는데, 하모니카 연주의 마지막 곡인 ‘서울의 찬가’ 연주 때는 100여명이 함께 떼창을 하여 우리 고국의 떼창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어서 제1회 시드니문학상 수상자들에게 시상이 이뤄졌는데 수상자 3명이 모두 30대여서 우리 시드니의 한인문학이 한결 젊어진 느낌을 주었다. 이민 1세대가 고령화 되는 시점에서 젊은 문인들의 등장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다. 행사를 마친 후에는 초청인사와 수상자들을 중심으로 한 합동사진촬영으로 2시간 동안의 출판기념회를 잘 마무리 했다.
2021년 <문학과 시드니> 창간호, 2022년 제2호 그리고 2023년 제3호 출판기념회를 이어 오면서 올해엔 세 가지의 특별함이 있었다. 첫째는, 우리 시드니의 종합문예지 <문학과 시드니>가 영어권 한인문예지로 당당하게 선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서 2023 미주 권역 디아스포라 한글문학교류* 행사가 있었다.
미주 전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까지 많은 문인들이 로스앤젤레스 (LA) 한인 타운에 위치한 가든스위트호텔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경계를 너머, 한글 문학’이라는 명제를 달고 본국에서 해외교포들의 문학번역을 위해 포럼을 개최한다는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호주에서는 <문학과 시드니>의 유금란 편집주간이 참가했다. ‘미주 권역 디아스포라 문예지 워크숍’에서는 문예지마다 발간현황 소개를 했는데, 주어진 5분과의 싸움이 벌어졌다. 사회자가 개입하여 내용을 끊기도 하고, 할 수 없이 늘려주기도 했다. 마지막 행사로 문예지 총평과 ‘우수 문예지 시상’이 있었는데, 발간 5년 미만의 ‘새빛상’에 <문학과 시드니>가 선정되었다. 물론 상금도 받았다. 당당하게 호주의 <문학과 시드니>가 미주지역 중심의 영어권 한인문학에서 21번째 종합문예지로 기지개를 피었다.
두 번째는, 새로운 문인 발굴이다. 문예지의 역할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문인을 발굴하여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제 문인 1세대가 지고 있는 이 시점에 계속 이어갈 젊은 신인의 발굴은 우리 <문학과 시드니>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1회 ‘시드니문학상’을 통한 신인 발굴은 특별한 사건이 되었다. 이번 수상자 3인 (시 부문 1명, 수필 부문 2명)은 모두가 30대 젊은 작가들이다. 참으로 바쁘고 바쁜 이민의 삶 속에서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할 뿐이다. 눈물겹도록 반가운 일이다. 우리 <문학과 시드니>는 제1회 시드니문학상에 이어 2024년 제2회 시드니문학상을 공모한다. 해마다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세 번째는 여러 문학단체가 처음으로 이번 출판기념회에 함께 모인 것이다. 시드니 내에서 한글로 문학작품을 쓰며 정기적으로 모여 합평 등의 문학활동을 하는 단체는 7-8개로 추정된다. 그 중에 단체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모두 참석한 곳은 글무늬문학사랑회, 글벗세움문학회, 동그라미문학회, 팔색조문학회 그리고 문학동인캥거루 이렇게 다섯 단체이다. 개인별로 참석한 문인들을 포함하여 110여명이 참석했다.
필자가 1997년 처음 시드니에 도착하여 다음 해, 당시의 <호주동아> 신춘문예에 수필 한편을 내어 수상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교민 문학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때에는 2개의 단체가 있었는데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 어색하게 지내곤 했었다. 그 후 25년이 지난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여러 단체가 함께 모인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각 문학단체가 그 단체의 특성에 따라 문학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일 년에 한두 번, 전체 모임을 통하여 시드니 문인들의 활발한 왕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 <문학과 시드니>의 출판기념회가 기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매년 12월 첫째 토요일 낮 12시를 <문학과 시드니> 출판기념회로 정하기로 했다. 우리 문인들의 잔치마당인 셈이다. 지난 일년 간 각종 문학상을 수상한 문인들에게는 문학회 소속여부와는 관계없이 축하 패를 드리고 ‘시드니문학상’ 당선 신인작가의 출현을 축하하는 잔치의 자리가 될 것이다. 아직 <문학과 시드니> 제4호 발간 준비의 시작도 못했는데 2024년 12월 7일 토요일 출판기념회를 위한 장소로 지난번과 동일한 장소에 예약도 했다. 이제 12월 첫째 토요일은 ‘시드니 한국문인의 날’로 우리의 축제일이다.
* ‘웹진 너머’ 제4호 / 미주권역 디아스포라 한글문학교류행사 리포트 참조
장석재 (수필가·시드니한국문학작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