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순하게 흐르던 강물이

물결에 가시를 돋우는 유월

사람들 스스로 금을 그어 놓지만

때로는 사는 일이 저 강물과 다르지 않고

가슴에 회오리 한둘 지니지 않은 이 없어

이웃처럼 강물이 사람의 둑을 넘어온다

 

초성 지나 전곡리 가기 전

철조망 두른 강물이

사람의 마을로 내려오고

그런 날이면 비는 내리고

일사 후퇴 홀로 내려오신 아버지

‘단기 사천이백팔십삼 년 유월’

흑백마을 비스듬히 찡그리며 서 있는

사진 속 누이를 만나러

강물의 경계를 지우며 빗속으로 들어가신다

평강 지나 함흥 그 너머 맨발의 아버지 산천

흙탕물 속을 건너오는 누이를 만나러 가신다

 

그리움이 강을 건너고

철조망이 사람의 둑을 넘는 유월

연천 못미처 회오리 이는 한탄강이다

 

*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 발췌

 

 

김 오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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