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지난달 국제무대에서 터져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이 점입가경 (漸入佳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이라며 단 48초 대화한 뒤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대통령실 공식 영상취재기자단 카메라 앞에서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믄(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해 논란이 일었다.

순간의 오판으로 손가락을 저주하는 사람들 덕분에 권력을 움켜쥔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며, MBC가 잘못된 자막을 달아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무맹랑해서 시민들은 쓴 웃음만 날렸다. 급기야 국민의힘 ‘MBC 편파 조작 방송 진상규명 TF’는 지난달 29일 박성제 MBC 사장과 보도국장, 디지털뉴스국장, 기자 등 4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국민의힘 고발장을 접한 MBC는 “부당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보도한 MBC 기자들을 지키겠다”며 동시에 “권력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재갈을 물리려는 어떠한 압박에도 당당히 맞서겠다”고 덧붙였다.

MBC는 “모든 언론이 똑같이 보도한 내용을 두고 한 언론사 만을 콕 집어 고발하고, 보도책임자들과 사장을 무더기로 고발한 일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앞으로 어떠한 언론도 권력기관을 비판하지 말라는 보도지침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MBC를 고발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 미국의 외교안보전문지 <디플로맷>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한국방송을 탄압하고 있다’는 기사제목을 뽑았다. 세계 최대 언론인단체인 국제기자연맹은 ‘언론에 대한 전형적인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1959년, 내가 경향신문을 배달할 때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신문배달을 하려고 형들과 함께 신문보급소로 갔다. 보급소소장이 이젠 경향신문은 발행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신문배달을 못하면 어쩌냐는 걱정이 일었다.

당시 경향신문은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 날카로운 비판을 멈추지 않아 정부의 눈엣가시였다. 경향신문을 없애기 위해 틈새를 엿보던 이승만 정권의 눈에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공명선거가 시행되지 못하면 폭력에 의한 시민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칼럼 ‘여적’을 폭력혁명을 선전 선동했다는 등 생트집을 잡아 경향신문을 폐간시켰다.

역사는 경향신문 폐간이 결국 이승만 정권 몰락의 임계점이 되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언론탄압은 독재정권을 불러오고 독재정권은 비참한 결말과 함께 사라져갔음을 똑똑히 보고 배웠다. 과유불급 (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치면 화 (禍)를 불러오는 거다.

그런데도 권력의 특성은 지나침을 지나침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실패한 정권이냐 아니냐는 지나침의 유혹을 억제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화다. 주오클랜드 대한민국분관 총영사가 오클랜드 교민단체 한인회장 선거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게다가 특정인물을 후원한다는 소문과 함께 그 특정인물과 자주 어울려 식사를 하고 술 취한 모습으로 시내를 활보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음해성 풍문까지 떠돌았다.

소문이나 풍문은 더 보태지고 부풀려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좋지 않은 소문이나 풍문에 휩싸인다는 것 자체가 공인으로서 자기관리를 잘 못하는 거다. 공인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될 덕목은 가지고 있는 권력 과시와, 약한 자에 대한 억압과, 지나친 간섭이다. 다시 한번 지적하지만, 세상사 모든 것 지나치면 화근이다.

그때 나는 지나치면 안 된다는 칼럼을 썼다. 물론 칼럼을 보내면서도 과연 게재될지 의문이었다. 그 칼럼은 게재되지 않았다. 다만 먼저 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교민사회 언론들은 교민사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돈이든 권력이든 작은 힘이라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들에 관한 기사에는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교민언론 운영이 전적으로 광고에 달려있기에 ‘광고주’에게 혹시 힘 가진 자가 압력이나 행사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논단이나 칼럼을 써도 게재하기에는 많은 생각과 망설임이 따른다. 조금은 씁쓸하고 서글프다.

MBC는 정권의 눈치 안보고 윤석열의 비속어를 당당하게 기사화 했다. 권력자는 협박을 한다. 하지만 그 옛날 경향신문처럼 문닫을 일은 없을 거다. 지금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는 시대다.

MBC와 비교하기에는 언감생심이지만 교민언론도 언론으로서 자존심을 가지기를 바램 해본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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