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온천 가는 길에

하얀 도화지를 반으로 접는다.

위는 하늘이라 하고 아래는 땅이라 한다.

하늘이 지면과 만나는 끝자락에 무더기로 휘날리는 라벤다 꽃의 물결과 찬란히 빛나는 황금빛의 황홀함을 화폭에 담을 수 있을까?

끝없이 펼쳐지는 대지는 점점 어두움이 무섭게 몰려든다.

우리 일행을 태우고 딱 거기까지만 쏘아대며 달리는 이 물체를 그려 놓는다면 지금 이 순간을 붙잡고 싶다.

이 장엄함 그대로 내 가슴에 담아 두련다.

피곤에 지친 승객들의 안정을 돕기라도 하려는 듯 희미한 불빛이 나른하게 잠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나의 시야는 버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딱 그만큼 만이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저 사막 가운데 곧게 뻗어 있는 도로뿐이다.

9시간을 넘게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달려와 결국 해가 질 때 우리의 목적지 Moree에 도착했다.

 

생각해보면 이 만큼이나 달려온 내 인생에서도 어찌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겠는가 만 점점 어두워지는 이 대지만큼이나 암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딱 그만큼만 비치는 빛이 있었기에 조금만 더, 여기가 끝인가, 저 모퉁이만 돌아서면 되겠지 하며 달려온 세월을 뒤돌아보니 어느덧 60을 훌쩍 넘어버렸다.

출발할 때부터 기차에 문제가 생겨 순탄치 않았던 반면 길어진 여정에 있었던 아기자기한 기쁨도 우리에겐 있었다.

기차 안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도 나누었고 심심치 않게 군것질도 했으며 따뜻한 커피도 마시며 행복했다.

난 외워야 하는 원고를 들여다보느라 항상 그랬듯이 차 멀미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예상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목적지는 우리 앞에 와 있었다.

 

우리 일행을 기다리는 박 선생님과 반가이 인사를 나뉘고 숙소를 향해 달렸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 큰 부락을 이루어 놓은 듯한 단지 안으로 들어가 요리조리 찾아 들어간 우리의 숙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송 선생님이 준비한 맛있는 닭 요리 냄새가 코를 통해 허기진 배를 흔들어 깨운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둠을 뚫고 달려와 드디어 목적지에 이르고 거기에서 만나는 기쁨과 행복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오늘이 있는 나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20대 초반이었던가?

가슴에 새겨 두었던 나만의 그림이 있었다.

원했던 탤런트 공채시험 오디션을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낙방을 한 다음 포기하고 살아온 세월이 40년이 흐른 후에 나도 잊고 살았던 그 꿈을 작게나마 이룰 수 있었으니 지금이 얼마나 행운인가!

몇 년 전부터는 글쓰기 그룹의 회원이 되어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공부도 하고 있으니 내 인생의 꿈은 새롭게 시작된 셈이다.

어느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우리의 인생은 쓰다가 만 편지요, 그리다 만 그림이요 그리고 새기다 마는 조각품이라고….

어차피 그렇게 미완성으로 끝나게 될 우리네 인생이라면 무엇이 되려, 무엇을 이루려고 지나친 욕심은 부리지 않으련다.

자유로이 내 내면에 귀 기울이면서 조금씩 그 아름다움을 그려 보려 한다.

낙조로 물든 모리의 아름다운 저녁은 더없이 찬란하였다.

 

 

글 / 클라라 김 (글벗세움 회원·Support 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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