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낙엽 위로
빗물은 어지러이 춤추고
투명한 물방울 안에 갇혀 있는
너와 나의 시간
어설프게 지워낸
도화지 위 연필자국마냥
흐릿하게 번진다
안개처럼 희미한 흔적 따라
허공에 휘젓는 허망한 손짓
아득한 절망에 가라앉는 순간
바람이 잠시 서서
너와 나의 침묵을 응시한다
사랑은 쓸쓸하게 가라앉은
검은 그림자 되어
텅 빈 거리를 떠돌고
선연하게 가슴을 긋고 지나가는
강렬한 통각
억지로 삼킨 이별 한 조각
목에 걸렸다
글 / 미셸 유 (글벗세움 회원·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