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선 시인

내 비싼 몸을 벗겨 보여주지만

그들은 동정 한 닢만 던질 뿐

 

내가 입었던 단어들을 반쯤 걸치고

혼동스런 살갗을 드러낸 채

오가는 길거리에 서있다

 

타 들어 가는 오만을 피워 물고

절룩거리는 미완성의

짝 다리를 흔들며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또 다른 이들의 욕구를 바라보며

싸구려 몸짓이라도 유혹을 해야 한다

 

가랑이를 벌리듯

나의 단어가 나타난다

 

하나씩 차례로 벗겨지는

나의 단어들은

순결을 잃은 슬픔으로

운율에 따라 흐느낀다.

 

마음을 입 맞추고 나면

벗겨진 모습에 문신처럼

글로 새겨지는 생각이란 발자취

 

삶은 마음의 노래이다

 

비록 또 다른 만남과 이별들이 줄지어 있어

화장을 고치고 옷 매무새를 다듬고

우린 그렇게 백지 위에 서있다.

 

 

글 / 박종우 (글벗세움 회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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