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오지랖 부부?!

“어머! 어머!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저만치에서 아까 그분의 당황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금 전 우리 곁을 지나면서 “오늘까지 열두 번째 오는 건데 한 마리도 못 잡아봤다”며 우리를 향해 부러움을 흘리고 갔던 바로 그분입니다.

그런데 그분 표현대로 얼떨결에 커다란 갈치 한 마리가 얻어(?) 걸렸고 그 아주머니는 낚싯대를 붙든 채 어쩔 줄을 몰라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제 낚싯대를 통 위에 올려놓고 그분에게로 달려갔습니다. 힘겹게 낚싯줄을 걷어 올리고 날카로운 이빨에 단단히 물려있는 바늘까지 빼주던 참에 “자기야! 자기야!” 이번에는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여왔습니다.

제가 딴짓을 하고 있는 동안 갈치 두 마리가 아내의 낚싯대와 제 낚싯대를 동시에 물고 늘어진 겁니다. 정신 없이 달려와 두 마리 모두를 끌어올리고 나니 제법 추운 날씨였음에도 등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까딱 잘못했으면 남 좋은 일 하다가 우리 갈치를 놓칠 뻔했습니다. “하여튼 오지랖은…” 아내와 저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갈치가 한창 잘 나오던 2년 전 어느 날의 일입니다. 하여튼 쓸데 없이(?) 남 챙겨주는 일에는 아내나 저나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입니다.

사실 지난달 초, 눈 앞에서 놓쳐버린 킹피쉬도 제가 다른 사람을 위한 오지랖을 떨다가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멀쩡히 있다가 옆의 지인을 도와주러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낚싯대가 끌려가고 다 잡았던 킹피쉬는 허겁지겁 도망을 치고… 난리가 났던 겁니다.

요즘은 물고기가 참 귀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낚시터를 찾는 이유는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곳에 가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2주 전쯤 그날도 입질이 영 신통치 않아 물 위로 가득 쏟아져 내려와 있는 별들의 향연에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가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낚시 경험이 많지 않은 한 아주머니가 낚싯대를 던지다가 실수로 낚싯대를 물에 빠트린 겁니다. 당황한 아주머니는 낚싯대를 건지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려 했고 일행들은 옥신각신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물이 많이 들어와 있지는 않았지만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이었습니다.

그 일행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어느새 아내가 긴 갈고리를 쭉 뻗어 낚싯대를 건져내고 있었습니다. 못쓰게 된 낚싯대를 개조해 만들어뒀던 재활용품이 훌륭한 일을 해낸 겁니다. “나한테 오지랖이라더니… 그러다 물고기가 자기 낚싯대 끌고 가면 어쩌려고?” 저의 핀잔 아닌 핀잔에 아내는 소리 없이 웃었습니다. 저한테 ‘오지라퍼’라고 놀리던 아내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결국 우리는 둘 다 그야말로 ‘못 말리는 오지랖 부부’일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최근 2주 동안 아내와 저는 꽤 기분 좋은 오지라퍼 노릇을 했습니다. 새롭게 낚시를 시작하는 두 부부를 낚시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한 겁니다. 낚싯대와 릴 그리고 각종 용품 구입, 낚싯줄 묶는 법, 낚싯대 던지는 법… 온갖 것들을 세세히 일러줬습니다.

낚싯대를 던질 때는 자신의 앞쪽을 향해 똑바로 던지고 줄이 옆으로 흘러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절대로 위험한 곳에서의 바위낚시는 하지 말고 우리처럼 안전한 곳으로만 다니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두 팀 모두 담배는 안 피우는 관계로 담배 피울 때의 에티켓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분들이 낚시용품 구입하는 데도 함께 가서 시간을 쓰고 낚시 입문을 축하한다며 점심식사까지 쏘고 나니 기분이 더 없이 좋아졌습니다. 내일 산행 후에는 제법 낚싯줄도 잘 묶고 낚싯대 던지기도 잘 하는 후배들을(?) 큰 바다 비치낚시의 세계로 안내할 생각입니다. 물고기를 잡고 못 잡고는 그 다음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슴이 탁 트이는 드넓은 바다에서 느끼게 될 즐거움은 못 말리는 오지랖 부부의 또 다른 행복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상업건물 임대기간에 따른 고려사항들
Next article‘~하기 어렵지 않다’ 의미하는 ‘~(に)かたくない’ 표현 배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