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요

그렇게,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했더라면… 아마도 제 몸 여기저기가 울룩불룩까지는 아니어도 올록볼록은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학창시절부터 이른바 몸짱과는 거리가 멀었던 터라 지금 이 나이에 그런 몸을 갖는다는 건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4-5일, 하루 두 시간 정도씩은 꾸준히 GYM에서 운동시간을 가졌고 도둑(?)맞았던 근육들을 조금씩 되찾아온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거기에 일주일에 한번, 매주 토요일 아침에 갖는 산행시간까지 더하면 생각만 해도 건강, 튼튼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전혀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생겼습니다. 1년 동안 나름 열심히 했고 이제 좀더 많은 근육을 되찾아오겠다는 마음으로 GYM 리뉴얼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시작된 겁니다. 우리 모두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혼돈상태로 몰아넣은 이 불청객은 우리가 GYM에서 느껴오던 소소한 행복까지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무서워서 못 다니다가 조금 지나서는 아예 셧다운… 얼마 전부터는 다시 문이 열리긴 했지만 여전히 겁이 나서 못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6개월째 GYM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다시 열심히 하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혼자 슬그머니 만져보는 제 팔뚝은 근육도 없고 다시 말랑말랑 가늘어진 느낌입니다. 집에서라도 조금씩 운동을 해보겠다며 실내 싸이클을 갖다 놨지만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걷는 버로라 (Berowa)의 The Great North Walk을 일주일에 세 번 걷자고 계획해봤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3주전 ‘이스트우드에도 하늘이 안 보이는 울창한 숲길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에이, 설마… 반신반의하며 선배지인 부부와 함께 가봤는데… 정말 그런 곳이 있었습니다. 이 동네에 10년도 넘게 살면서 뒤늦게 발견한 신천지(?)였습니다.

크릭 (Creek)을 따라 50분쯤 숲길을 걷다 보면 말 그대로 자연스런 힐링이 이뤄집니다. 코스가 워낙 평탄해 스틱 (Stick)도 필요 없고 우거진 숲길을 산책하듯 편안하게 걷는 동안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와 졸졸졸 시냇물(?)의 합창소리가 계속되며 작고 귀여운 폭포 (Cascade)도 하나 만나게 됩니다. 가끔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야생 칠면조 (Brush Turkey)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이내 친숙해집니다.

아내와 저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그곳을 걷습니다. 왕복 1시간 40분, 8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이고 만보기로 측정을 해봤더니 1만 1000보쯤이 됩니다. 1주일에 3일 그곳에서의 트레킹, 토요일 아침의 조금은 힘이 들어가는 또 한 차례의 트레킹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건강 챙기기 프로그램을 부지런히 가동시키고 있습니다. 언제가 되든 코로나19가 물러가면 당연히 GYM도 다시 시작할 겁니다.

흔히들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입니다. 아내와 제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운동과 친해지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트레킹을 시작한지 7년째… 하지만 우리보다 더 씩씩하고 더 건강한 선배지인들을 보며 ‘10년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늘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도 언제부터가 아니라 바로 지금, 걷기를 생활화하시기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부부의 건강을 위해 50대, 60대가 아니라 40대 더 빠르게는 30대부터 아니 20대부터 걷기와 친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당장 산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가까운 공원이나 강가 그것도 안 되면 집 근처 산책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제가 열정을 바쳐 일했던 한국 최고의 여성지 <여원>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내를 사랑하라’ 였습니다. 저는 거기에 아이들과 가족을 더 얹고 싶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아이들, 가족의 손을 잡고 건강한 행복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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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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