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쪽팔린다

절대군주제시대에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사용하는 언어에 차이가 있었다. 사용하는 언어는 일종의 차별화된 신분의 징표이기도 했다.

지배층의 언어는 정제되고 선택된 훈계와 명령의 언어였다. 피지배층의 언어는 불만과 반항의 꼬리를 숨기지 않는 도전의 언어, 힘겨운 삶에서 터져 나오는 날것의 언어였다. 지배층은 이런 피지배층의 언어를 상것들의 언어, 저잣거리 언어라고 폄하하고 천시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지배층의 언어는 지식층의 언어로 둔갑했다. 지식인인 체하는 사람들은 사용하는 언어의 선택에 예민했다. 특히 지도층이라는 인물들의 한마디 한 마디 발언은 수많은 함의를 내재하고 있기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따라서 그들의 언어 선택은 지극히 조심스러워야 했다.

최근에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 국제무대에서 쏟아낸 발언이 영국 가디언과 AFP통신을 통해 전세계로 알려지면서 세계 언론이 집중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워싱턴 정가는 사상 최악의 모독이라며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있는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의 발언에 대해 미국 교민사회 한 칼럼니스트가 칼럼을 썼다. 일부를 소개한다.

<지난 달 21일 (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미국 국회의원들을 ‘이 새끼들’ 바이든을 향해 ‘쪽팔려서’라고 막말을 내뱉은 영상이 공개되자 미국 정가가 충격에 빠졌다.

우방국 대통령이 미국 지도자와 국회를 향해 ‘쪽팔려 (lose damn face), 이 새끼들 (fuckers)’이라고 막말을 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어서 ‘충격’을 넘어 경악, 그 자체다. 미국 등 해외 언론인들은 “적대국 지도자들도 미국 국회와 미국 대통령을 향해 회의장에서 이런 비난을 한적 없다”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윤석열부부의 영국, 미국 순방은 ‘굴욕외교’를 넘어 ‘외교참사’라는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부부의 외교참사는 영국부터 뉴욕까지 이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차 런던을 방문했지만 교통통제로 조문도 못하고 방문록에 사인만 하는 해프닝을 연출해 ‘조문외교’가 아니라 ‘조문외면’이라는 국제적 조롱거리가 됐다.

윤석열이 미국 뉴욕까지 날아가 바이든 대통령과 대면한 것은 단 48초였다. 회담이 아니라 ‘아이 컨택 (eye contact)’ 수준이었다. 통역을 포함하면 양국정상은 1인당 평균 12초를 발언한 것으로 ‘눈도장 찍기’에 불과했다. 교포들의 한숨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거짓말에 익숙한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부부가 피 같은 국민들의 세금을 아낌없이 축내면서 비싼 비행기 타고 영국 ‘엘리사베스 2세 여왕’이 아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갔다가 퇴짜를 맞은 거다.

공교롭게도 그날 번개팅으로 술 한잔 하자고 어울린 녀석이 내뱉은 말들이 민망하고 답답했다. 녀석은 대통령이 조문하러 갔다가 빵꾸 당했다는 뉴스를 거론하면서 “뭐 하러 갔는지, 도대체 왜들 이러는지, 이게 무슨 국제적인 망신인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랬다. 망신이었다. 고국 떠나 살고 있는 교포들도 대한민국 망신, 대통령 망신이라고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도 윤비어천가나 떼창하는 공신들이라는 떨거지들은 별일 아닌 듯 교통이 마비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일이 그렇게 된걸 어쩌라는 거냐며, 별걸 다 가지고 시비 걸고 호들갑을 떤다고 되레 역정을 냈다. 가관이다.

그런데 뒤이어 도착한 미국에서는 망신이 아닌 사고를 일으켰다. 상것들의 언어라고 폄하하던 언어를 대통령이 망설임도 없이 쏟아낸 거다. 사실 그 언어는 그가 수십 년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어버린 그의 언어였다.

절제되고 품격 있는 언어를 익혀야 하는 사람이, 명색이 한 나라의 최정상이라는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저잣거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 새끼들, 쪽팔려’라는 비속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 냈으니, 아, 정말 우리가 쪽팔린다.

그 사람의 얼굴과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설명해주는 거다. 살아온 세월에 아무리 소금을 치고 초를 치고 향료를 뿌려도 그 사람의 얼굴과 말투와 행동은 한 인간이 살아온 지난 날의 모든 것들을 명경처럼 보여주는 거다.

사족이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이후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4%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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