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언론

오래 전부터지만 대한민국 일부 언론의 기사를 보면 한심하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니 한심하구나가 아니라 점입가경 (漸入佳境)이구나가 맞는 말일 거다.

정론직필이란 말은 이미 오래 전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전락했다. 그래도 혹시나 제대로 된 언론이 나서서 힘들겠지만 바른 지적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지만 역시나다.

그렇다고 언론의 기본정신에 투철해야 하는 신문 방송을 거론하면서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점차 상실돼가는 현실을 주제넘게 개탄할 마음은 없다.

대한민국 언론자유는 세계 상위급이다. 그런데 언론신뢰도 순위는 세계 평균치보다 낮은 수치인 저 밑에 있다. 대한민국 국민 중 언론을 신뢰한다는 국민은 고작 21%에 그친다고 2021년에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했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 대다수 언론이 기사를 사실확인도 없이 지들 맘 내키는 대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추리소설 쓰듯이 써대고 있다는 거다. 냉정한 비판이 생명이 되어야 할 언론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있다. 사람들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저속한 기사나 올리고 남의 기사 베끼기나 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어용언론은 그들이 누려온 기득권과 특권에 젖어 권력 앞에 납작 엎드려 있다. 언론이 정치와 협잡하여 국민을 기만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음침하고 저급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휘젓고 있다. 사람 사는 순리대로 정치하는 순전한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정치는 나눔이라고 했다. 가진 자들의 것을 거두어 못 가진 자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라고 했다. 나눔은 더불어 사는 거다.

한데 대한민국 정치는 나눔이 아닌 패거리들 독식을 위한 투쟁이다. 권력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가 돼 버렸다.

대한민국 대다수 언론은 정치와 다를 게 없다. 정의, 양심 같은 단어가 사라졌다. 언론으로서 철학이나 정체성도 불투명하다. 그들은 비판의 기능을 외면하는 무조건적인 긍정의 자세가 오히려 비극을 초래한다는 진리를 모른다.

이런 수준이니 편협한 정치를 바로잡고 국민의 나침반이 되는 깊고 무거운 논단이나 기사나 칼럼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 (緣木求魚)가 돼 버렸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부인이 ‘김건희’다. 김건희는 대통령선거 벌써 전부터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가짜 학력증명서, 가짜 경력증명서, 주가조작사건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언론은 김건희의 가짜 인생을 거론했다.

김건희는 묵묵부답이었다. 현명했던가? 아니면 천공스승을 믿었던가? 남편이 덜컥 대통령에 당선됐다.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김건희는 자신과의 대화를 몰래 녹취하는 어떤 인간에게 (이 인간 진짜 더럽고 역겹고 치졸한 놈이다) 말했다. “내가 정권 잡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래 것들이 모든 걸 알아서 다 해준다고.”

그 말이 정확했다.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즉시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호칭을 ‘김건희씨’에서 ‘김건희 여사’로 바꿨다. 그렇게 거론되던 각종 의혹도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부 기레기 언론은 ‘윤비어천가’니 ‘건비어천가’니 하면서 찬양으로 지면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윤비어천가는 윤석열을 상징하고 건비어천가는 김건희를 상징하는 거다. 용비어천가를 패러디한 거다. 알아서 기는 거다.

용비어천가 (龍飛御天歌)는 해동 육룡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뜻으로 조선 세종 때 건국의 시조찬양과 왕조창건의 정당성을 합리화하여 선전하고 찬양하는 서사시다. 아무리 권력 지향적인 한국언론이라고 해도 그 아부행태가 실로 낯 뜨겁다.

김건희의 모습이 공개된 지난 4월 4일부터 3일간 일부 언론에 보도된 김건희 관련 가십기사는 318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김건희가 경찰견을 쓰다듬는 모습을 따뜻한 심성을 가졌다고 대서특필하고, 김건희가 신고 있는 슬리퍼를 확대해 검소하다고 호들갑을 떨고, 김건희가 집에서 입는 청색 반바지를 ‘김건희 패션’이라고 건비어천가를 늘어놓았다. 이런 걸 기사라고 써 대는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을 보면서 나는 웃펐다.

고국 언론이 이 모양이니 교민사회 일부 자칭 언론이라는 것들이 무슨 정론을 배우겠는가? 부정이든 반칙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돈만 된다면 대문짝만 하게 사진 찍어 붙이고, 개 풀 뜯는 잡소리를 ‘광고’라는 허울로 게재하고, 남의 기사 안면몰수 하면서 베껴대고, 참 구질구질하게 연명한다.

고국이나 교민사회나 한참 모자란 인간들이 언론이라고 깃발 흔들며 설쳐 대는 현실이 정말 웃프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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