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현대인의 새로운 마음병인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Cyber Ripley Syndrome)’의 거짓말은 스스로를 위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자신을 거짓말 속에 가두고 그 세상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거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용어는 미국 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Patricia Highsmith)의 <재능 있는 리플리씨 / The Talented Mr. Ripley>라는 소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 ‘리플리’는 거짓말을 현실로 믿은 채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이 증후군은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주 발생한다는 논리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 상습적으로 반복되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종의 인격장애자라고 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만이 진실로 믿는 거짓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크고 작은 피해가 생겨 결국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한다는 거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사람은 거짓말을 한번 하게 되면 정말 커다란 용기 없이는 자신이 했던 거짓말을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하기가 쉽지 않은 거다.

내 친구 ‘건보’는 문학 지망생이었다. 어느 날 그는 자작 시 (詩)라면서 노트 한 권에 빼곡히 기록한 자신의 자칭 ‘시집’을 보여줬다. 그런데 그 시집 속에는 내가 교내신문에 발표했던 시 두 편이 들어있었다. 그뿐 아니라 적혀있는 다른 시들도 내가 느끼고 있는 그의 시작 수준을 훨씬 능가한 것들이었다.

나는 이 시들을 정말 네가 쓴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모두 자신이 쓴 시라면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그는 뭔가 홀리고 있었다. 후에 밝혀졌지만, 그가 자기가 쓴 것이라고 보여줬던 시들은 여기저기서 베끼고 짜깁기해 놓은 기성 시인들의 작품들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다른 학우들에게 그 시집을 자랑하고 다녔고 학우들은 그가 곧 문단에 등단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오래 전,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고국의 유명 여성연극배우 윤모씨는 E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고 주장하고 다녔다가 거짓으로 드러나 언론의 사회면을 흥미진진하게 꾸민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녀는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듣기로 지구촌 곳곳 교민사회에도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인물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살아왔던 이야기는 좀 부풀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밉지 않은 부풀림이 아닌 심한 거짓말이 되고 그 거짓말이 습관이 되어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의 환자처럼 살아간다면 이건 무서운 얘기가 되는 거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개연성이 문제가 아니라 교민사회 전체가 불신과 허구와 위선으로 인식되는 어이없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젠 코로나 때문에 이민자가 줄어 잠잠하지만, 한때 이민성시를 이룰 때는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환자인 동포에게 속아 땅을 치고 이를 가는 이민자들이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민 가면 한국사람 조심해라”는 소문이 돌았겠는가.

특히 교민사회의 리더가 되겠다는 인물 중에 리플리 증후군 환자가 다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끔찍하고 불쾌한 것은 사실이다. 다른 병자도 아닌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로 믿는 병자가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는 지역사회가 과연 정상적으로 흘러갈까?

오래 전 오클랜드 교민사회 최대 이슈인 오클랜드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한 어떤 인물의 과거가 불투명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소문 자체만으로도 그는 교민사회의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되는 거다. 교민사회가 불신의 사회로 인식된다는 것은 악몽이다.

앞서 말했듯 리플리 증후군 환자는 거짓말을 진실로 믿으며 행동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이런 환자가 교민사회 리더가 된다면 교민사회를 불신과 거짓의 늪으로 만들고, 교민들간의 싸움을 부채질하고, 그로 인해 교민들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동반할 필연성이 다분한 거다. 무엇보다 교민들은 시쳇말로 의식 없고 멍청한 ‘호구’가 돼 버리는 거다.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이 환자인 줄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정신 똑바로 박힌 교민들이 고쳐줘야 한다. 그 방법? 그건 교민들이 더 잘 알지 않겠는가.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Previous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칼로리와의 전쟁!
Next articleGST-Free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