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하는 것이다.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폴 에크만 (Paul Ekman)박사는 거짓말과 얽히곤 하는 세가지 감정은 발각의 두려움, 속임의 죄책감, 그리고 속이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짓말을 하려면 완벽하게 하라고 했다.

하지만 영원한 거짓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한다.

거짓말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고 해도 어쨌든 거짓말은 진실을 말하지 않은 거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단 한번도 거짓말을 안 했다는 자체가 거짓말이다. 악의든 선의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거짓말은 우리네 삶의 작은 일부분이 돼있다. 문제는 크든 작든 뭔가 야비하고 음흉하고 부정하게 계산된 거짓말이다.

거짓말로 순간의 위기를 돌파할 수는 있다. 위선이나 비리나 부정을 모르는 척 부인하면 된다. 거짓말은 약점이나 허물을 가려주고 고고한 선비처럼 기품 있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거짓말을 그럴듯한 포장지라고 하는 거다. 내용물은 볼품없고 비겁하고 역겹고 구린 냄새가 나지만.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리플리 증후군 (Ripley Syndrome)이라고 한다. 이런 리플리 증후군 환자들은 거짓말이 습관화돼 자신의 거짓말을 실제로 믿는다.

거짓말에는 ‘열등감을 숨기는 거짓말’ ‘권력이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거짓말’ ‘체면을 위한 거짓말’ ‘합리화를 위한 거짓말’ 등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를 감추고 포장하려 들 때는 엄청나게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그것이 자기합리화의 특징이다. 자기합리화의 거짓말은 변명과 핑계를 동반한다. 이런 거다.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착각이었던 거야.”

거짓말을 하면서도 망설임이나 어색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부류들이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거짓에 대한 자책이나 갈등, 자괴감 같은 감정이 없다.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거짓말이 밝혀지면 ‘내가 뭐, 그것이 어때서?’라고 시치미 떼면서 세상을 버젓이 살아가는 무리들이다. 그들의 거짓말은 일상적이다. 거짓말은 윤리적 경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런 인간들이 공적 자리를 차지하고 정치를 하고 지도자가 되겠다고 설쳐 대는 현실이 너무 메스껍고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사회의 고약한 암적 존재들이다.

인간관계의 다섯 가지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라는 노크의 법칙, 내가 먼저 공감하고 배려하라는 거울의 법칙, 항상 좋은 감정으로 대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상호성의 법칙, 이중잣대를 버리라는 로맨스의 법칙, 악연을 피하고 호연을 구하라는 짚신의 법칙이 그것들이다.

즉, 신뢰가 쌓이는 좋은 인간관계의 첫 번째가 솔직함이다. 거짓말하지 않는 거다. 솔직하게 살아가노라면 쪽팔리게 살지 않아도 되고, 가짜 포장지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삶이 힘들지언정 최소한 두렵지는 않다. 뒤를 보지 않아도 된다. 앞만 보고 살수 있다. 자신이 떳떳하고 자랑스럽다. 솔직한 사람은 타인을 속이지 않는다. 역으로 말하면 타인을 속이는 사람은 결국 자신도 속이게 된다.

얼마 전, 현재 뉴질랜드 무슨 단체장이라는 인물이 출생 일을 거짓말했다고 해서 그의 공적 위치까지 거론되면서 한바탕 파문이 일었다. 그는 공식문서에 실제 신분증과 다른 생년월일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왜 자신이 태어난 날을 거짓말할까? 무슨 말 못할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년월일을 속이는 것은 전과가 있거나, 어떤 음흉한 일을 계획하고 있거나, 뭔가 떳떳하지 못한 과거를 숨기기 위해서라고 의심한다. 그래서 특히 공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은 솔직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리더의 기본자세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인간관계의 다섯 가지 법칙은 솔직 배려 상호성 공감 호연이다. 거짓말이 습관이 돼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인간을 누가 신뢰하고 가까이하려고 하겠는가? 거짓말은 스스로를 옥죄는 올무다.

세상을 적당히 속여가면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몸뚱이 색깔이 변하는 카멜레온처럼 거짓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그렇게 닮아간다. 근묵자흑 근주자적 (近墨者黑 近朱者赤)이라고 하지 않던가.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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