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내 말 좀 들어줄래?
내가 왜 평생 혼자 사는지
아이도 못 낳는지
원래 난 예뻤거든
그날 그 일본 순사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아버지가 보내려던 집에 시집갔더라면
일본가는 그 배를 타지 않았더라면
내 고향 공주에서
연지곤지 찍고 가마 타고 시집갔겠지
자식 낳고 시부모 모시고
농사지으며 살았겠지
해방이 되도 고향에 못 가고
대전 변두리 판자촌 방 귀신이 되었지
지우고 싶은 기억
평생 따라다녔어
봄이 와도 여름이 와도 사는 맛은 그저 그랬어
세상이 바뀌니
나 같은 사람들도 티비에 나오더구나
나도 나가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동네사람 알아볼까
형제들이 싫어할까
망설이다 말았지
그래도 내겐 꽃봉오리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나를 꽃봉오리라 불러줄래?
공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