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세요?”

한국에서 여러 사람들한테서 큰 돈을 떼어먹고 호주로 도피성 이민을 온 거였습니다. 그 사람은 이곳에 와서 비즈니스를 열었고 운까지 따라 돈깨나 만진다는 평을 듣고 있을 때쯤 시드니로 단체관광을 온 ‘돈 떼어 먹힌 사람’ 중 한 명이 우연히 그 사람 매장에 들렀다가 그와 딱 마주쳤답니다. 그때의 상황이나 이후의 처리과정까지는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꽤 많이 놀라고 당황했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남의 돈을 떼먹거나 사기를 치는 건 어찌 보면 참 간단하고 쉬운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그저 낯짝 두껍게 쌩을 까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나 호주나 법이라는 게 참 우습고 멍청해서(?) 나쁜 자들한테 요리조리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아주 여러 개 만들어줍니다. 실제로 사기를 치거나 돈을 떼먹고는 법원으로부터 ‘갚아라’ 하는 판결을 받아도 돈이 없다며 ‘구라’를 치면 ‘조금씩 나눠서 갚도록 하라’며 최소한의,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분할해서 내도록 선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처음 몇 번 갚는 척하다가 이내 나 몰라라 나자빠지면 말짱 꽝이 돼버립니다. 떼인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변호사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아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사기꾼들은 어쩌면 그 같은 것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떼 먹힌 돈이 적지 않습니다. AI에게 물어봤더니 30년전 4500만원이면 지금 가치로는 1억 7000만원쯤이 된다고 합니다. 본인이 살아 있는 한 꼭 갚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분이 아직 살아 있기는 하지만 그 가능성은 ‘글쎄…’입니다. 시드니에서 저에게 적게는 4만 8000불에서 많게는 10만불 이상의 손해를 입힌 자는 지금도 교민사회 행사마다 뻔뻔한 얼굴을 들이밀며 호의호식하고 있습니다. 그 자는 저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한테 비슷비슷한 상처를 준 후 막판에 리퀴데이션 (Liquidation) 카드를 빼 들고 일순에 모든 걸 꽝으로 만들었습니다.

얼마 전, 한 한국식당에서 딸아이 부부가 그 자와 맞닥뜨렸답니다. 지 돈벌이를 위해 우리 사무실에 닭장처럼 여러 개의 칸막이를 치고 공간을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놓고도 나 몰라라 해서 우리 돈을 들여 복구작업을 하고 마지막 전기공사만 전기기술자인 사위의 손을 빌렸는데 그때 그 자와 사위가 서로의 얼굴을 알게 됐던 겁니다. 그래도 눈곱만치의 양심(?)은 남아 있었던지 그 자는 딸아이 부부를 보고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하더랍니다. 만일 그 자가 저와 마주치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합니다. 그 자에게 떼어 먹힌 돈을 일찌감치 그 자의 조위금으로 치부해버린 저는 혹시라도 그 자가 아는 체를 하면 ‘저 아세요?’라고 되물을 겁니다.

<코리아타운>을 운영하면서 적게는 몇 십 불부터 많게는 몇 천불의 광고료를 떼어먹은 나쁜 광고주들도 적잖이 있습니다. 시드니에서 블라인드사업을 하다가 자취를 감춰버린 한 교민사업자는 정육점에서 우연히 저와 마주치자 부인만 내버려둔 채 얼른 밖으로 몸을 감췄습니다. 그깟 돈이 뭐라고 그딴 식으로 세상을 사는지, 말 한마디로도 얼마든지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는데…. 물론 ‘내가 언제? 내가 뭘?’ 하며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다니는 자들에 비하면 그나마 낫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25년 전, 저의 찌질함으로 서른 두 평짜리 아파트를 정리하고 한국을 떠날 때 은행 돈은 물론, 갚아야 할 돈은 아파트단지 내 슈퍼마켓까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두모두 갚았습니다. 때문에 이 세상 어디에도 ‘김태선 돈을 떼먹은 자들’은 많아도 ‘김태선한테 돈을 떼어 먹힌 분들’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부터 저는 ‘돈 돌려주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의 완전은퇴를 위해 6월 30일자로 <코리아타운> 문을 닫게 되기 때문에 <코리아타운> 내지나 옐로페이지 박스광고 광고료를 선불로 낸 광고주님들께 남은 돈을 돌려드리는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돈은 더없이 중요하지만 남에게 사기를 치거나 남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만들면서까지 돈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자들이 잘 먹고 살 사는 경우가 많아 유감이지만 그런 자들은 남의 가슴 아프게 만든 것의 최소 100배만큼만 손해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본인 대에서가 아니면 그 다음 혹은 그 다음 대를 이어서라도 말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이상하고 나쁜 자들을 향한 찌질한 저의 소심한 악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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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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