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인형 옷을 입히던 아이는 찢긴 옷가지를 들고
문득 세상을 알았나 보다
이 세상이 좋은 거라면 나는 왜 울며 왔을까
아이가 운다
바비인형 옷이 찢어져서 울고
레고 블록이 잘 맞지 않는다고 울고
잠옷이 안 예쁘다고 운다
그게 울 일이야?
엄마는 타박하지만
아이는 지금 손바닥만 한 보폭으로 언덕을 오르는 중이다
달래는 아이의 눈망울에서 별빛이 쏟아진다
우는 것도 살아가는 길
울 일이 있어 우는 것이 아니라 울면 울 일이 된다
그래 그렇게 세상을 끌고 가자
울지 않고 살아내는 것은 없다
바람 깊은 밤을 지나 온 유칼립투스
발목 아래 마른 눈물이 전리품처럼 쌓이고
재스민은 우는 힘으로 꽃잎을 피워 낸다
잘 우는 새가 노래도 잘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세상에 눈물 한 방울 떨구어 놓자
울다 잠든 아이의 이불깃 위로 찬바람이 든다
오늘 밤 비라도 내리면
그 틈에 앉아 아이처럼 울어
잠깐 쉬었다 가도 좋겠다
박기현 (캥거루시동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