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칸타타

서성이는 바람에

괜시리 마음 한구석 내어주며 걷는 오후

태양은 머리 위에서 건물들의 그림자를 삼키고

솟아오르는 분수에 반짝이는 금가루를 뿌린다

바람은 비누 거품처럼 얼굴에 부딪쳐

부드럽게 터져 나간다

 

해는 온종일 달려 뉘엿뉘엿 황금물 쏟아 놓고

하얀 꽃잎 위로 오렌지 빛 그물을 짜내려 간다

높은 창에 갇힌 하늘은

이미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너와 나의 마음은

스러지는 햇살에, 희미하게 늘어지는 그림자 속에

숨어 버린다

 

반짝이던 너의 눈물 사이로

붉은 빛이 길게 들이치면

텅 빈 길 위에 아득하게 피어나는 그리움

희망은 봄의 들꽃보다 연약하고

시간은 깨져버린 독에 붓는

물이 되어 사라진다

 

흐르는 눈물로 비단길을 짜 올려 달빛에 입히면

달무리를 두른 보얀 달이

면사포를 쓴 신부마냥 수줍게 웃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다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꽃잎 한 장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한 너

바람처럼, 햇살처럼, 봄처럼….

 

 

미셸 유의 미술칼럼 (27)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환상적 원시회화 창조한 앙리 루소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미셸 유 (글벗세움문학회 회원·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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