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람들을 보면서…

지난주 토요일, 산행을 마치고 멤버들 몇몇과 함께 오랜만에 캠시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평소 친분도 있고 코리아타운 왕팬(?)이기도 한 여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그곳은 드물게 토요일에도 런치 스페셜을 하고 있었습니다.

10불에 푸짐한 양, 거기에 그분의 토속적인 손맛까지 더해진 때문인지 오후 두 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식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댔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우리 테이블로 이것저것들을 챙겨주는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그날 점심식사는 더더욱 맛 있었습니다.

2001년 8월… 단 일주일의 고민 끝에 ‘맨땅에 헤딩 식 호주 이민’을 결정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을 때 마침 한국 SBS TV에서 이민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습니다.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이민 가고 싶어하는 나라들’ 중 호주는 뉴질랜드에 이어 2위로 꼽혔습니다.

그림 같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성공한 교민들 몇 사람이 인터뷰에 등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녁시간에는 청소를 하고 낮에는 골프를 치는 한 부부의 여유로운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보며 평화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지상낙원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화면에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라며 한 거리의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당시로서는 명실상부한 최대의 한인타운으로 자리잡았던 캠시였습니다. 실제로 한 달쯤 후 캠시에 도착했을 때 거리에 넘쳐나는 한국사람들과 한글간판 때문에 전혀 낯설지가 않았고 우리에게는 그렇게 4년 남짓한 ‘캠시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캠시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옛날에(?) 비하면 우리 교민들의 숫자가 많이 줄었고 친숙했던 한글간판들이 중국어 혹은 다른 나라 말로 대체된 곳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 옆 벨모아도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저기 한인타운들이 많이 많이 북적북적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이스트우드는 흔히 ‘중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네’라 일컬어집니다. 실제로 이스트우드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서쪽 편은 누가 뭐래도 중국 촌이라 할 정도로 중국 냄새가 가득합니다. 중국사람들은 그곳을 이미 차이나타운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제 생각으로는 한인타운 쪽에 ALDI가 생긴 이후부터는, 이쪽에서도 중국사람들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그 건물 아파트에 사는 중국사람들이 많아졌고 한국식당 등을 찾는 중국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어난 때문일 터입니다.

그들의 숫자가 많아지고부터는 벤츠, BMW, 아우디 그리고 포르쉐 등 독일 차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은 웬 돈이 저렇게 많을까?’ 싶은 생각과 함께 ‘이러다가 이스트우드도 캠시처럼 중국사람들한테 정복당하는 거 아니야?’ 싶은 생각이 문득 들곤 합니다.

지난 화요일 아침 이른 시간, 중국 촌 쪽 이스트우드 플라자에 수십 명의 중국사람들이 모여 파룬공을 하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대열을 형성한 채 음악에 맞춰 느릿느릿 그러나 통일된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는 그들을 보며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교민사회도 중국사람들의 그것처럼 더 커지고 더 풍요로워지고 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인지는 몰라도 중국사람들은 주변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새로 생긴 가게에 손님이 더 갈 수 있도록 기존 가게들이 일정기간 동안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서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참 많이 부러운 일이고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덕목일 것입니다.

나 혼자 살겠다고 온갖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없어져야만 우리 교민사회에서도 저들처럼 ‘더불어 사는 삶’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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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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