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제인 구달 (Jane Goodall)은 침팬지와 평생을 함께한 영국의 동물학자로서 환경운동가이며 동물행동학박사다. 침팬지들의 어머니라고 불린다.

제인 구달 박사에 의하면 침팬지가 우리와 정말 비슷하다. 생물학적으로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가깝다. DNA의 98.6%가 동일하다. 혈액구조, 면역체계, 뇌구조 등은 물론 행동도 비슷하다.

침팬지에게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있다. 키스, 포옹, 토닥이기, 손잡기, 먹이 달라고 조르기 같은 상황에서 인간과 똑 같은 행동을 한다. 의미도 똑 같다. 감정도 드러낸다. 행복해하기도 하고 만족해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침팬지는 모든 면에서 우리와 참 닮았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물론 소소한 차이야 많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의 뇌가 폭발적으로 발전했다는 거다. 그건 언어능력을 발견 또는 발명한 거라고 한다.

프란스 드 발 (Frans de weal)은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며 동물심리학자다. 그가 저술한 <침팬지 폴리틱스 Chimpanzee Politics>가 저간에 한국사회 전반에 쇼킹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회적 행동, 구성원간의 관계, 감정과 지능에 중점을 두고 이를 통해 침팬지와 인간이 어떻게 유사한지를 밝히고 있다.

책에서는 침팬지사회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 안의 정치적 상호작용을 기술하고 있다. 이를테면 서열을 정하는 혹은 정하려는 본능, 습성 등을 통해 침팬지의 유전자는 인간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컷 침팬지들은 본능적으로 서열을 정한다. 서열 1위 수컷은 우두머리로서 다른 집단 침팬지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의 집단을 보호하며 무리를 통솔하고 통제한다. 서열 2위 수컷은 우두머리 수컷을 보좌한다. 보좌하면서도 호시탐탐 우두머리 자리를 엿본다. 우두머리가 허약해질 때를 기다리며 예의주시한다.

서열 2위는 자신이 우두머리보다 더 강하다는 느낌이 들면 서열 3위의 털을 골라주면서 친목을 다지고 자신의 세력을 구축한다. 상황을 직감한 우두머리는 서열 4위에게 접근해 먹이를 나눠주면서 친교를 다진다. 기회를 노리던 서열 2위는 때가왔다고 생각되면 서열 3위 5위 6위와 힘을 합쳐 우두머리를 공격해 무리에서 추방시키거나 살해한다. 합종연횡 (合從連衡)이다. 정치다.

한국 국회 국정감사 현장이다. 매년 변화 없이 되풀이되는 비슷한 현상이라지만 이번엔 특히 더 처절하다. 조작, 억지, 갈등, 분열, 불통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국무위원들의 답변과 여야의 다툼은 서로 다른 집단의 침팬지들 같다. 한치의 물러섬이 없는 억지의 말다툼은 침팬지들의 본능이며 습성인 권력다툼의 밀림 속과 흡사하다.

주장하는 모든 것들이 비리고 부조리이며 오로지 수컷 우두머리를 향한 계산된 충성이라는 것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데도 변명과 유체이탈이다. 괴변이다. 소통 토론이 없다. 참 나쁜 정치다. 정책도 없다. 권력쟁취를 위해 잔인하고 잔혹한 사생결단 물어뜯기를 하는 침팬지들을 연상케 한다. 서로 내뱉는 언어가 서로 다른 무리들의 언어 같다. 침팬지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언어능력은 발전이 없다.

일본 여자수영대표 리카코는 2018 아시안게임 6관왕이었다. 리카코의 라이벌 중국 여자수영대표 장유페이는 2018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를 땄다.

2019년 리카코는 혈액암 진단을 받고 1년여의 암 투병 후 극적으로 수영 대표선수로 복귀했다. 복귀 후 리카코는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노 메달이었다. 장유페이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땄다.

2022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6관왕에 오른 장유페이는 리카코와 접영 50미터에서 경쟁했다. 장유페이는 금메달 리카코는 동메달이었다. 리카코는 암 투병 후 첫 메달에 감격해 오열했다. 리카코의 아픔을 알고 있는 라이벌 장유페이는 리카코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같이 흐느꼈다. 2022 아시안게임 최고의 장면이었다. 침팬지가 아닌 인간의 모습이었다.

한국 정치인들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어떤 감정이었을까. 그들은 라이벌이라면 특히 정적이라면 다가가 안아줄 줄 모른다.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수긍하고 인정하고 타협하고 화합할 줄 모른다. 그들은 수컷 우두머리의 권력에 복종해 인간성마저 상실해버렸다. 자신을 사랑할 줄도, 자신에게 당당할 줄도, 자신을 귀하게 여길 줄도, 자신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줄도 모른다.

극단적인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작금의 한국정치는 침팬지정치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수컷 우두머리 눈치보고, 작당하고, 모략하고, 공격한다. 공정과 상식이 사라졌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침팬지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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