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더럽다

원래 정치하는 인간들은 그런 것이라는 걸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지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한국정치에 대해 구토를 넘어 분노까지 느꼈다. 오죽하면 다시는 한국 정치판의 기사는 관심 두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겠는가.

제20대 한국대통령 선거는 정치판이라는 것은 거짓말, 모략, 중상, 무식의 달인들이 권력과 부귀영화를 노리면서 몰려드는 음침하고 더럽고 구역질 나는 파리떼들의 한마당이라는 것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증명해줬다.

그들의 거짓말은 하나같이 너무 자연스럽고, 너무 능청스럽고, 너무 뻔뻔하고, 너무 사실 같았다. 권력과 탐욕으로 더러운 인생을 살아왔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척 깨끗한 척 자신을 포장했다.

그렇게 거짓말쟁이 허수아비를 만들어놓고, 꼭두각시 조종하듯 뒤에 숨어 줄을 당기고 풀면서 온갖 거짓과 음모를 조작해내는 ‘핵관’들은 밥만 먹으면 무식한 후보를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쟁취를 위한 묘수를 고민했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졸한 만화 그리듯 상대를 공격하는 행태는 아이들이 배울까 봐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자기들 패거리 외에는 모두 지구에서 사라져야 할 쓰레기들이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기회만 되면 얼굴을 드러내고 쇠 푼 몇 잎 더 얹혀주는 간교한 인간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팔아 넘기는 한국 정치판의 양다리의 요술사가 여전히 활개를 쳤다는 사실이 우리 후세들이 흉내 낼 것 같아 엄청 떫었다.

천억 원 대의 자산을 가졌다는 ‘국민의당’인지 ‘지들의당’인지 헷갈리는 정당의 대표라는 인물은 여전히 외줄타기를 하는 서커스의 달인이었다. 그는 ‘양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자신과 패거리 이득을 저울질하는 속보이는 저질 속물이다.

벌써 몇 번이나 무슨 선거에 출마한다고 그럴듯한 출마의 변을 떠벌렸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역사, 국민, 어쩌고 하는 속보이는 변명을 내세우면서 슬그머니 ‘철수’해 음흉한 뒷주머니를 챙기는 간교하고 얄팍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한국 정치판을 헤집고 다닌다니 기가 막힌다. 그는 기자 출신 지인의 말처럼 ‘타고난 야합의 전문가’다.

그는 너 자신을 알라고 가르쳤던 소크라테스의 수제자다. 그는 몇 번이나 출마한 선거에서 아무리 몸부림을 쳐봐야 결코 자신은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안다. 그러다 보니 거간꾼으로, 양다리로, 기회주의자로 자신을 변신시킨 거다. 그는 너무도 자신을 잘 안다.

무슨 의학박사라고 하는데, 의학박사라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사명일 거다. 한데 그는 사람을 구하는 의학박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인생의 꼼수를 보여주는 정치박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악어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에게서는 신뢰 지조 양심 같은 단어가 부끄럽다.

명색이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던 한 인간의 진면목이다. 카멜레온 같은 인물이다. 이건 완전히 한국정치의 혐오를 보여준 화룡점정 (畵龍點睛)이다. 참 더럽다.

더럽다고 알고 있었지만 한국 정치판이 이 정도로 더러운 줄은 정말 몰랐다. 장삼이사 (張三李四)는 절대로 끼어들 바닥이 아니었다.

그런데 말이다. 우습고 역겹게도 이런 한국의 정치판을 답습하려고 하고, 이런 한국의 정치꾼을 닮으려고 하는 인간들이 교민사회에도 숨쉬고 있다는 거다. 어쭙잖게도 자신이 정치인인줄 안다. 자신이 교민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헛된 꿈을 꾸고 있다.

이런 인간일수록 한국 정치판에 관심을 쏟아 붓고 한국 정치판에 관련돼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남발하고 허세를 부리며 우쭐댄다. 돌아가신 내 어머니의 생전에 말씀처럼 “염병헐 놈! 배때지가 따땃항께 헐 일이 그것 뿐인갑다.”

정말 교민사회를 밝고 명랑하게 하는데 앞장서고 교민사회 리더가 되겠다면 이런 못된 정치꾼의 술수를 배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몇 푼 안 되는 돈 가지고 있으면서 대단한 재산가인양 “나는 가진 것이 시간과 돈 뿐이야” 라고 허세 허풍을 떨고,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푼돈 보태주면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더러운 술수를 부려서는 안 되는 거다. 모를 것 같지만 ‘깨교민’들은 다 안다. 깨어 있는 교민들은 다 안다는 말이다.

진정으로 교민사회에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으스대지 말고 어쭙잖은 돈 자랑 하지 말아야 한다. 순수한 열정과 진솔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거짓말, 모략, 오리발, 시치미, 음해가 판치는 대한민국 정치판을 보고 더러운 흉내를 내지 말아야 한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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