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여운: 외전

외전 (外傳)… 사전에는 ‘본전 (本傳)에 빠진 부분을 따로 적은 전기’라 풀이돼 있습니다. ‘별게 다 외전이야’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코리아타운>이 종간호 (終刊號: 신문, 잡지 따위 정기간행물의 맨 마지막 호 – 폐간이라는 표현은 왠지 좀 낯설고 싫습니다)를 내고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서면서 그 뒷이야기를 잠시 해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리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에이, 설마…’ <코리아타운>이 저의 은퇴와 함께 6월 30일로 문을 닫게 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말이 그렇지 계속 나올 거야’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았던 듯싶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주 전부터는 이런저런 정리들을 계속하며 진짜 그만둘 생각을 하는 게 보여서인지 <코리아타운> ‘찐팬’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제 정말 <코리아타운> 그만 하는 거야?’

지난주 토요일, 저를 친 막냇동생처럼 아껴주는 그분을 아내와 함께 다시 만났습니다. 20년 넘게 이끌어오던 회사를 접는 저의 ‘진짜(?) 속마음’을 헤아린 그분의 요청에 의해서였습니다. 소갈비와 냉면을 그야말로 배가 터지게 사준 그분은 여느 때처럼 삶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화두에 올렸습니다. “우리 사이에 ‘코리아타운’이라는 매개체는 없어져도 큰형과 막냇동생의 만남은 계속 이어갑시다. 이제부터 나도 김 사장이라는 표현 대신 ‘막내’라고 해야겠어요. 우리 사모님도 ‘막내제수씨’라 부르고…” (웃음) 이 세상 무엇보다도 건강과 가족사랑이 으뜸이라는 이야기를 새삼 강조한 그분은 “호주라는 나라… 참 좋은 나라예요. 호주만큼 후생복지가 잘돼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 거예요. 나이가 드니 에이지 펜션 주지, 나이가 더 차고 몸과 마음에 고장(?)이 생기니 에이지드 케어로 집까지 찾아와 각종 도움을 주지… 정말 고마운 나라가 아닐 수 없어요”라고 했습니다.

평소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분은 그날 그렇게 좋은 나라에 살면서 그 고마움을 못 느끼는 사람들 이야기 두 가지를 짚었습니다. 우리가 친근하게 느끼는 이 나라 사람들 모습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은 봉투를 들고 반려견이 응가를 하면 깨끗이 주워담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띕니다. 실제로 그분이 하루에 두 번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 보면 공원 곳곳에 널려있는 배설물들을 보게 된답니다. 한번은 자신의 반려견이 응가를 하는 동안 핸드폰만 보고 있다가 그대로 자리를 뜨는 젊은 백인여성이 있어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볼썽사나운 일… 길을 가다 보면 여기저기 쇼핑 트롤리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이 먼 데까지 저걸 어떻게 끌고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은데 그나마 그걸 눈에 잘 보이는데 안전하게 두면 치워가기라도 할 텐데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막는 경우도 있고 더 심한 경우에는 하천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아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건지…. 평소 저도 그런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좋은 나라, 고마운 나라에 살면서 정말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습니다.

우리회사가 웨스트라이드에서 다시 이스트우드로 이사하던 날, 늦은 저녁시간에 먹을 것들을 잔뜩 사 들고 찾아왔던 그 친구는 일찌감치 저의 은퇴소식과 <코리아타운> 종간소식을 접하고는 “최고였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쉬움과 축하파티 거하게 열어드릴 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선결제 광고료를 돌려드리는 과정에서도 많은 광고주들이 더 이상 <코리아타운>과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저의 은퇴 축하와 건강을 함께 기원해줬습니다.

20년 넘게 애지중지 해왔던 <코리아타운>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저의 속마음? 솔직히 표현하자면 ‘애가 끊어지는’ 마음입니다. 우리아이들이 꾸준하게 이끌면서 교민사회와 좀더 오래 함께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 아이들도 자신들만의 길과 생각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그 무엇을 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서였는지 저는 요즘 극심한 감기로 고전 중입니다. 기침이 너무 심해 밤을 꼬박 새운 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는 또 하나의 시작… 거기에 주어지는 제2의(?) 삶을 예쁘게 살아내기 위한 착한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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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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