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1일, 천우신조(?)로 <코리아타운>을 인수한 후 1등 매체로 만들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참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당시 30만불이라는 거금에 회사를 인수한 저를 동종업계 사람들은 ‘미친놈’이라 치부했지만 저는 <코리아타운>에서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고 거기에 저의 오랜 기자생활 노하우를 접목시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장 몇 천 불도 귀했던 시절에 저를 믿고 큰 돈을 선뜻 내줬던 고마운 분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회사인수 후 반년 남짓 동안은 여기저기 메워야 할 뜻밖의 돈들도 많고 해서 적잖이 고생을 했지만 다행이 8개월쯤부터 정상을 회복하고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었습니다.
전체 교민매체들 중 5등쯤을 달리고 있었던 <코리아타운>은 풀타임 직원 열두 명에 파트타임 직원 네 명을 보유하며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고 계속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매주 금요일 전무후무한 164페이지의 두툼한 모습으로 발행되는 <코리아타운>을 많은 분들이 기다렸고 <코리아타운>은 기사도 광고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풍선이벤트를 비롯한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이 했고 탁상캘린더, 오프너, 텀블러, 탁상시계 겸 펜꽂이, 동글이 등 예쁜 굿즈들도 다양하게 제작해 애독자 여러분, 광고주 여러분과 함께 나눴습니다. 자타공인 ‘시드니 최고의 교민매체’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시드니 돈은 모조리 긁어간다’는 시샘 아닌 시샘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21년 동안 <코리아타운>을 운영해오면서 끝내 못 이룬 꿈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기자를 여섯 명 정도 두고 시드니, 필요하다면 호주전역을 누비며 생생한 뉴스를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유능한 후배기자 한 명을 초빙해 편집데스크에 앉히고 우리 기자들이 쏟아내는 각종 뉴스들을 기사답게 만들어내는 언론사로 거듭나고 싶었던 겁니다. 교민매체들이 이곳 호주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을 번역해서 쓰는 게 최선인 현실이 아쉬웠고 한인들이 연루된 현장에 우리 기자들이 가보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늘 안타깝고 부끄러웠습니다. <코리아타운>은 기사와 광고의 퀄리티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현장을 누비는 명실상부한 ‘언론’의 위치까지는 올라서지 못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코리아타운>이 언론이라는 호칭을 부끄럼 없이 받아 들고 시드니, 더 나아가 호주 한인사회의 허브 (HUB)가 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이곳 기사들을 <코리아타운>이 책임공급 해주고 이곳을 찾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연예 전반의 인사들 그리고 각종 행사나 공연들도 <코리아타운>을 통해 시드니와 호주에 연결시키고 싶었던 겁니다.
지금 보고 계신 <코리아타운>이 종간호 (終刊號)입니다. 저의 ‘완전은퇴’에 따른 결정입니다. 1999년 8월 6일에 창간호를 냈으니 <코리아타운>은 올해로 스물일곱 살 청년이 됐고 이 녀석이 아장아장 여섯 살 때 제 품에 안겨 오늘까지 저와 함께 했습니다.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잘 놀다 갑니다… 세상을 멋지게 살다가 떠나간 어떤 사람의 묘비에 새겨진 비문 (碑文)입니다. 이 세상에 와서 후회 없는 삶을 즐기다 떠난다는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의미의 이 말을 저는 제가 애정을 듬뿍 갖고 함께 했던 <코리아타운> 마지막 호에 새겨두려 합니다. 앞서 언급한 진정한 언론, 한인사회 허브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름 잘 놀다 가는 건 맞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가 못다 이룬 꿈은 자금력 탄탄하고 사명감 있는 매체가 나중에라도 꼭 이뤄줬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도 미련과 함께 남겨둡니다.
연말 시상식 같은 데에서 수상소감을 밝히면서 아무개 PD님, 아무개 작가님, 아무개 대표님, 아무개 실장님, 아무개 언니, 아무개 오빠한테 감사한다며 끝도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열거하는 걸 보면서 ‘왜 저런대?’ 한 적이 많았지만 오늘은 제가 그 짓(?)을 잠시 해보려 합니다. 28년 동안 함께해주신 <코리아타운> 찐 애독자님들과 광고주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유용한 정보를 주신 외부필진들과 마지막까지 좋은 글로 지면을 빛내주신 글벗세움문학회 회원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늘 진솔하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눠주신 최원규 선생님은 <코리아타운> 최고의 칼럼니스트였습니다. 그 밖에 <코리아타운>에 변함없는 애정을 쏟아주신 많은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잘 놀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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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