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추락

그리스신화에는 신이 아닌 인간 신화도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다이달로스’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다이달로스는 미로를 만든 솜씨가 뛰어난 발명가이며 건축기술자였다.

어느 날 다이달로스는 지옥 왕 ‘미노스’의 미움을 받아 그의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궁 (迷宮)에 갇히게 된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루스만은 어떻게 해서든 미궁을 벗어나 자유를 얻게 해주고 싶었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었다. 다이달로스는 날개를 이카루스의 몸에 붙여주었다. 그리고 탈출을 감행하는 이카루스에게 간곡히 말했다.

“바다와 태양의 중간을 날아야 한다. 너무 높이 날아오르려 하지 마라.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기에 날개의 밀랍이 녹아서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너무 낮게 날지도 마라. 너무 낮게 날면 파도가 날개를 적셔 날아오를 수가 없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하늘을 나는 것에 몰두해 아버지의 충고를 잊었다. 태양을 향해 멈추지 않고 오르다가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하여 죽고 말았다.

이카루스의 추락은 흔히 끝이 없는 인간 욕망의 무모함을 경계하는데 교훈으로 인용된다. 그의 추락은 날개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통제되지 않은 과욕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넘어서는 안 되는 금지된 영역을 무시하며 수직으로의 상승을 꿈꾸는 것은 이카루스의 추락처럼 위험하다. 그러나 그 수직상승의 욕망 때문에 태양을 향하는 이카루스는 인간의 영원한 이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대한민국 제43대 검찰총장이었다. 그는 서울대학교 법학과 재학 중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관련한 모의재판에서 검사로 출연해 대통령 전두환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당시 상황으로는 비록 교내행사인 모의재판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이 모의재판 이후 강원도로 피신해 한동안을 숨어 지내야 했다.

대학 4학년때 사법시험에 도전했지만 낙방했다. 이후 6년간의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로 임명되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3년 4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검찰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슬 시퍼런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국정원 직원을 체포했다.

특별수사팀은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린 이유로 지방 한직으로 좌천되었다.

2017년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문재인 정부에서 그의 곧음을 높이 사 서울지검장으로 임명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2019년에는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으로 임명되었다.

대통령은 그의 강직함을 믿고 무소불위, 정권의 시녀, 많이 가진 자의 하수인, 유전무죄 무전유죄 (有錢無罪 無錢有罪)의 원흉이며 힘없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냉엄한 검찰을 개혁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대통령은 간과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검찰이었다. 조직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조직의 보스일 뿐이었다.

그는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검찰개혁을 책임지고 등장한 법무부장관을 공격했다. 장관의 범법사실이 드러나지 않자 그의 가족을 집단린치 했다. 법무부장관은 멸문지화라고 할 정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했다. 검찰과 수구언론의 유착은 사회적 암 덩어리였음이 드러났다.

그는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징계의 부당함을 사법부에 제소하면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징계권마저 부정했다. 권력의 집착과 통제되지 않은 끝없는 욕망을 보여준 거다.

그는 자신들의 아성을 지키기 위해 ‘막걸리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반인륜적 범죄를 뒤집어씌우고 진실규명을 반대했던 그런 검사일 뿐이었다. 그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서 운영되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기득권카르텔을 위한 방패일 뿐이었다. 그는 소영웅주의에 매몰돼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길 시도했다.

하지만 마침내 검찰이 그토록 두려워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돛을 올렸다.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의 법제화도 시도되고 있다. 그의 날개는 서서히 녹아 내렸다. 결국 그는 사퇴했다.

그대도 이카루스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그대의 꿈은 통제되지 않는 과욕은 아닌가?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지 못하는 욕망의 집착은 이카루스의 추락처럼 위험하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고 했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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