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효과?!

그를 비롯한 다섯 친구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2시간 20분 동안 관객들과 하나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훔치는(?) 데는 오프닝 무대의 단 세 곡만으로도 이미 충분했습니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관객들과의 완벽한 티키타카로 승화된 ‘나는 나비’로 그 자리에 모인 2679명은 어느새 ‘YB교 광신도’가 돼 있었습니다.

조금 이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마치 사이비종교단체 집회현장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살짝 들었습니다. 긴 머리카락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신들린 사람처럼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그는 사이비교주의 그것과 흡사했고 그의 구호와 손짓에 맞춰 함께 뛰며 열광하는 사람들은 그의 광신도들과 다름 아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3 YB 윤도현밴드 라이브’ 현장의 열기 속에 저도 들어있었습니다. 솔직히 록 (Rock)은 제가 많이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걸지 않고 갔는데 “오늘은 오페라하우스가 아닌 록하우스를 만들어보자”는 그의 제안대로 공연장의 파워와 열정은 천장을 뚫고 나갈 정도로 넘쳐났습니다.

“50년만 더 하자!” 관객석에서 터져 나온 이 한마디에 윤도현은 “할 수 있다!”로 응수했습니다. 공연 말미에 관객석에서 터져 나온 “아프지 말아요!”라는 가슴 뭉클한 격려에 대해서는 “암세포보다 더 위험한 건 부정적인 마음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여러분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윤도현은 시드니 공연 3일전 트위터를 통해 2년여 동안의 ‘위말트 림프종 (림프종의 일종인 휘귀성 암)’ 투병사실과 완치판정 사실을 알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원래 비행기 타면 졸리잖아요? 저도 시드니까지 오는 동안 자꾸 졸려서 단잠을 좀 잤는데 주변에서 자꾸 ‘괜찮은 거냐? 노래는 할 수 있는 거냐?’ 하며 걱정을 하는 거예요. 여러분, 저, 이제 건강합니다. 잠은 좀 많은, 건강한 윤도현입니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습니다.

그는 불멸의 히트곡 ‘사랑했나봐’와 ‘사랑 Two’를 비롯한 자신의 다양한 노래들을 열정적으로 풀어내고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사랑 Two’라니…” 하며 오페라하우스에 서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잠시 감격스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선후배 가수들의 노래까지 자기 스타일로 깔끔하게 해석해낸 윤도현은 “K Drama, K Pop 등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K열풍에 저는 K Rock을 더하고 싶습니다”라는 포부를 얹었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열정적일 수가 있을까?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이 잘 하는 일을 할 때 가장 멋져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공연들을 함께 했지만 윤도현밴드 YB는 파워와 열정, 관객과 하나 됨에 있어서는 가히 ‘역대최고 급’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립싱크를 하거나 무성의한 태도로 공연을 해서, 아직 그럴만한 나이도 경력도 아닌데도 콧대를 세워가며 ‘선생님’ 대접을 받고 싶어했던 몇몇 실망스러웠던 가수들에 비하면 YB는 가히 모범생다운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줬습니다.

저로서도 실로 몇 년 만에 오페라하우스와의 해후(?)를 가졌습니다. 마치 처음 가본 사람들처럼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하버브리지를 등지고, 그 옆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루나파크를 넣어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나 절친부부와 서큘라키의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가졌던 행복한 저녁식사 시간, 어린아이들처럼 길을 걸으며 맛있게 나눠먹었던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고막을 찢을 듯한 음악소리와 그에 못지 않은 관객들의 열띤 환호는 지금도 귓가에 선합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을 암세포와 싸워온 사람 같지 않게 공연 내내 넘치는 열정과 긍정의 마인드를 전해준 윤도현과 YB 멤버들은 분명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와 행복을 안겨준 고맙고 멋진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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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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