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가 과거를 바꿔주진 않지만 미래는 확실히 바꿔준다는 사실 기억해야

미국 사람, 일본 사람, 한국 사람 세 명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무단침입으로 야만인들에게 붙잡혀 등에다 곤장 100대씩을 맞게 되었답니다. 다행이 야만인 추장은 이 세 사람에게 단 한 가지씩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답니다. 맨 처음, 미국 사람이 “제 등 뒤에 방석 6장을 올려 주십시오” 하자 추장은 소원을 들어 주었답니다. 그리고 등에 곤장 100대를 맞았답니다. 하지만 방석이 너무 얇아 70대째에 방석이 다 찢어져 정신을 잃었답니다.

 

01_뼛속 깊이 새겨진 감정

이 과정을 지켜본 일본 사람이 “제 등위에 침대 매트리스 6개를 올려 주십시오” 하여 그의 소원을 들어 주고 곤장을 때렸는데 이 일본인은 100대를 맞는 동안 줄곧 웃기만 하다 일어났답니다. ‘역시 나는 모방의 기술이 뛰어난 민족이야’ 하며 좋아하면서 말입니다.

야만인 추장은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을 향해 “자, 네 소원은 무엇이냐?” 하고 물었답니다. 한국 사람은 쓱 웃으며 “저 일본 놈을 제 등 뒤에 올려주십시오” 라고 했답니다.

물론 지어낸 이야기지만, 이처럼 한국 사람들은 의식 속에서도, 뼛속 깊이에도 일본 사람을 끝까지 용서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새겨놓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토착 왜구’나 ‘친일 후손’ 등등의 언어가 이제 ‘조롱의 아이콘’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02_쉰들러 리스트

‘쥬라기 공원’으로 화제에 올랐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또 하나의 역작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는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모두 휩쓴 인기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인 오스카 쉰들러는 체코 출신의 독일인으로 처세술이 뛰어난 장사꾼이었습니다. 그는 군인들과 신분을 쌓으며 전쟁을 이용하여 돈을 벌 생각만 했습니다. 유대인들의 자금을 이용하여 공장을 세우고 그릇을 만들어 군인들에게 납품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그런 만큼 처음 이 영화에서 쉰들러는 처음엔 정의로운 의인이나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진 자가 아니라 철저한 속물로 등장합니다. 술과 여자를 좋아했고, 방탕한 생활을 했으며 사업을 위하여 뇌물을 쓰는 것은 ‘일상의 삶’이었습니다. 싼값에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유대인들을 동원하여 공장을 운영했고 그로 인해 큰돈을 벌었습니다.

이런 쉰들러가 진심으로 유대인에 대한 동정과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는 승마를 즐기다가 목격한 유대인들의 참사였습니다. 그때까지는 오로지 사업을 위하여, 공장을 위하여, 노동력 착취를 위하여 유대인들을 불러 모은 것이었지만 서서히 유대인에 대하 동정심을 갖고 마음을 돌이키죠.

1943년 유대인들이 모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지는 조치가 발생하자 쉰들러는 독일장교 괴트에게 뇌물을 써서 ‘탄피공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1100명의 유대인 명단을 제출하여 그들을 아우슈비츠에서 빼내오는데 성공합니다.

쉰들러가 아우슈비츠에 보내질 뻔한 유대인을 구출하기 위하여 ‘쉰들러 리스트’를 만드는 부분은 영화의 2/3 이상이 지난 부분에서 비로소 등장하고 이 공장은 실제로 군수물자를 만드는 것이 아닌 ‘명목상’ 공장이었습니다.

쉰들러는 오히려 유대인들을 먹여 살려주었고, 그들을 아우슈비츠에 빼앗기기 않기 위하여 거금의 뇌물을 계속 쓰면서 거의 파산직전까지 몰렸습니다. 결국 전쟁은 독일패망으로 끝나고 유대인들은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쉰들러는 ‘나치당원, 군수물자 제조자, 강제노동 착취자’였기에 도망자의 몸이 됩니다.

그러나 그의 도움으로 살아난 1100명이 모두 서명하여 그를 살려냈습니다. 얼마나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는지 유대인들이 이심전심으로 스스로 금니를 뽑아 그를 위해 팔찌를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과 고백-실제로 있었던 일이지요-이 찡한 여운처럼 남습니다.

“내가 좀 더 유대인을 살릴 텐데, 600만이 죽어가는 유대인을 내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할 텐데 그걸 못한 것이 너무 원망스럽다.”

그러면서 그는 펑펑 웁니다. 유대인들은 그의 무덤을 폴란드에 두지 않고 감람산 위에 두고 계속 꽃을 꽂으며 참배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말미에 벤 킹슬리가 “한 사람을 구하는 자, 세상을 구한다”라고 한 말처럼 세상은 ‘성인’같은 사람에 의해서만 발전하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하면서 변하고 좋아지는 것입니다. 쉰들러라는 인물은 분명 ‘엄청난 일’을 한 사람입니다.

이 영화가 더욱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쉰들러가 아예 성인이나 착한 사람이 아니라, 전형적인 속물이었다가 변해가는 과정 때문입니다. 한 팔이 없는 유대인이 쉰들러를 찾아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데 쉰들러가 아주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네, 네’라고 건성으로 대한 후, 그가 돌아간 뒤 짜증내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남에게 좋은 일을 베푸는 것은 평범한 사람, 속물적 본성을 가진 사람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진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03_용서, 자기 치료제

임상심리학에서는 이유 없이 토하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대개 그 마음속에 분노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육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손과 발이 마비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병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암세포가 꾸준히 생성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역시 그 마음속에 분노의 문제, 갈등의 문제, 이 용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신경통, 위궤양, 밥만 먹으면 이유 없이 설사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대개 용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신과 의사 K. 메닝거는 “모든 질병의 70%는 스트레스에서 온다”고 진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스트레스의 90%는 미움, 다툼, 용서의 결핍에서 오는 것이 거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용서는 자기 아픔이 씻기는 자기치료제입니다.

용서는 삶의 틀을 다시 짜서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바꾸어줍니다. 용서는 과거의 상황이 우리의 현재를 지배하지 않도록 가르쳐줍니다. 타인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다고 생각할 때 용서는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거는 기대치를 낮추고 ‘그럴 수도 있지’하고 용납하는 공감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용서가 과거를 바꿔주지 않지만 미래는 확실히 바꿔준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글 / 송기태 (상담학박사·알파크루시스대학교 원격교육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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