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들

아들이 ‘교민테니스대회’ 복식게임에 나가보라고 했다. 아들이 소개해준 복식파트너는 나와 비슷한, 나이든 꼰대였다. 뉴질랜드교민사회, 정확히 말하면 오클랜드교민사회에는 온갖 종류의 스포츠단체가 있다.

심지어 ‘족구협회’라는 것도 있었다. 좌우간 대부분의 스포츠단체는 유명무실하다. 그저 그 단체 ‘회장명함’ 용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재뉴테니스협회’만은 활동이 활기차다. 여러 교민업체의 후원을 받아 수년째 ‘교민테니스대회’를 연 4회씩 개최한다. 근자에는 여의치 않은 교민 경제사정으로 연 2회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교민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날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테니스동호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몰려들어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근황을 나누며 온통 소풍 나온 잔치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는 대회가 열릴 때면 가끔 구경을 간다. 그때마다 나도 코트에 서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나는 교민테니스클럽 소속이 아니므로 파트너를 찾지 못해 박수치고 구경하는 것에 만족하곤 한다.

오클랜드에는 교민들이 모여 땀 흘리는 테니스클럽이 대여섯 개 된다. 나와 파트너가 된 그 꼰대도 교민 테니스클럽에 속해 있는데 자신의 실력이 낮아 클럽 멤버들 중 누구도 자기를 파트너로 원하지를 않아 대회에 나서질 못한다는 거다. 사실 나는 그 차별하는 꼴이 보기 싫어 진작에 홍콩사람들이 주축인 테니스클럽에 나가고 있다. 이 클럽에는 실력에 따른 차별이 없다. 코트에 나오는 순서대로 파트너가 돼 게임을 즐긴다.

스포츠는 당연히 승부가 따르는 세계다. 프로 든 아마추어 든 경기를 하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스포츠 예의다. 그러나 취미와 건강을 위해 모이는 동호인 모임에서까지 이기기 위해 언쟁하고 틀어지고, 실력이 처진다고 한 편이 되길 꺼려하며 등급을 가르는 것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저 땀 흘리고 즐기면 되는 ‘운동’에 등급을 정하고 승부에 집착해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꼴을 보면 피곤하다. 그런 것들이 불쾌해 나는 외톨이가 됐다. 스스로 외톨이가 된 거다. 분명히 동족과 어울리지 않아 외로울 때가 있다. 허나 마음은 홀가분하다.

그 사람의 인격이나 인간성은 작은 것에서부터 나타나는 거다. 운동을 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매너가 개판인 사람이 있다. 골프를 치면서 ‘맥주 한잔 내기’에 목을 매며 온갖 지저분한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나무 밑으로 굴러간 볼을 치기 좋은 위치로 발로 슬쩍 밀어낸다. OB가 돼서 분명히 잃어버린 공을 찾았다면서 들고나온다. 심지어는 타수를 줄여서 기록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다투기도 그래서 모른 체 하지만 기분은 참 개운치 않고 찜찜하다.

테니스게임도 그렇다. 게임에서 지면 자신의 실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트너 탓만 한다. 상대 팀의 굿 샷에 박수 쳐주고 칭찬해주는 마음이 없다. 젊은 친구들이 이런 행동을 하면 젊으니까, 승부욕이 강해서, 자존심 때문에라고 억지로라도 이해해줄 수 있겠지만, 세상만사 다 겪어봤다는 듯 큰소리치는 꼰대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니 그야말로 정나미가 만리는 떨어진다.

스포츠 만이 아니다. 교민들이 모이는 무슨 모임을 보면 편가르고, 제 잘난 척하고, 있는 척하고, 나대기 좋아하고,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모임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진솔하지 못하고, 허풍이 세고, 반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인간관계를 이해 득실로만 이어가는 경향이 농후하다.

나는 내 자신이 여유롭지 못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이따금 한다. 이런 사람을 보면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여유 있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데, 마음 속에서는 ‘저런 족속과는 상종 하지마!’라고 소리친다.

마음을 나눌 이웃 사귀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렵다는 이민사회에서는 특히 자신의 감정을 좀 숨길 줄도 알아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수양부족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피해 버릴지언정 영합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은 외롭다. 세상사 그러려니 하면서 도통한 스님처럼 허허 웃으면서 적당히 어울리면 따돌림 당하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을 터인데… 세상살이가 참 고단하다.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Previous article굶주림에서 포만감으로
Next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톡! 하면 터질 것 같은 우리 아이 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