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딸과 청소년 민족캠프

틀린 글자법과 서툰 그림 사이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랑스러움이

열네 살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로서 주변에 잘 자란 자녀들을 보며 감탄하고 부러워할 때가 있는데 교회 한 권사님의 따님이 유독 그랬습니다. 호주에서 태어나 갓 성년이 된 한국인 2세임에도 또래들과는 좀 다른 한국인이 알아차릴 수 있는 정서와 예의범절이 깃들어 있는 그 아이는 어디서나 반짝였고 그 빛을 참 어여쁘다 느끼고 기억하며 늘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01_혼자 한국역사 칼럼이나 관련 영화 섭렵에 한창이던 아이는

아이가 하이스쿨을 들어가면서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영화나 뉴스를 계기로 어른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의 역사에 눈을 뜨고 질문을 하며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모로서 저희는 한국에서 자라고 성인이 되어 호주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한국인의 역사와 더구나 민족의식은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얄팍했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려는 아이에게 충분한 정보와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에는 항상 부족한 부모였습니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그 권사님께서 좋은 정보가 있다며 딸아이를 기억하고 캠프 소식을 알려주셨고 저는 권사님의 따님에게서 받은 빛나는 반짝임의 이유를 알 것 같아 딸에게 권유를 해보았습니다. 혼자 한국역사 칼럼이나 관련 영화들을 섭렵하는데 한창이던 아이는 자신이 관심이 있었던 분야의 캠프 소식을 무척 반가워하며 등록을 하고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끝까지 불러본 적이 없는 애국가를 불러보는 경험부터 시작해 영화나 드라마, 기사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하였던 한국의 역사와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독립운동에 대한 다채로운 세미나와 문화체험을 하며 아이는 코로나 록다운으로 지루했던 일상에 소중한 경험과 즐거운 시간을 누렸습니다.

 

02_자신이 배운 독립군 아리랑, 홍범도 장군 정보를 우리에게

또한 자신이 배운 독립군들의 아리랑 민요나 최근 뉴스로 유해가 송환된 홍범도 장군에 대한 정보를 식사시간에 부모에게 오히려 거꾸로 질문을 하며 배운 것들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캠프를 마치며 아이가 적은 소감문과 프로젝트를 살짝 엿보았습니다. 맞춤법은 예상대로 엉망이긴 하지만 틀린 글자법과 서툰 그림들 사이에 이전과 다른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는 것을 분명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자라나는 사춘기 자녀에게 유의미한 양분의 시간이 된 캠프에 대한 감사함에 떠오른 여러 분들이 계셨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며 좋았었던 캠프 기회를 주변에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나눔을 해주신 권사님, 비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집마다 수료식 행사를 위한 아리랑 오르골 키트를 손수 집까지 들러 전해주신 광복회 황명하 호주지회장님, 그리고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자신들의 과거 참가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멘토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해준 리더들과 이름 없이 수고해주신 여러 스탭들….

그런 분들의 수고와 섬김의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며 그 계절을 이어나가는데 쓰임 받는 건강한 한국인 청소년으로 우리아이 또한 잘 자라가길 소망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 / 윤지영 (최린 학생 학부모)

 

Previous article사막에서
Next article코리아타운 특별기획 : 끝 없는 집안일… 누구의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