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스포츠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축구는 물론이고 배구, 농구, 야구를 비롯해 테니스, 골프, 유도 등등 가리지 않고 즐긴다.

특히 축구, 야구, 배구는 다른 종목보다 더 좋아한다. 아시안컵이나 월드컵이나 간에 국가대항전은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활력소다.

국가대항전에서 한국팀이 승리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물론 늘 한국팀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때론 깨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 졌구나’ 하면서 조금 섭섭해지기도 한다.

헌데 축구든, 배구든, 야구든 일본 팀에 지면 섭섭함이 아니라 화가 치솟는다. 나뿐만이 아니라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 그건 민족감정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다.

근자에 고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일본제품뿐만 아니라 일본 여행도 자제하자는 ‘NO아베’ 운동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Whitelist)’에서 제외시킨 후 내재된 국민감정이 폭발한 거다.

아시다시피 백색국가란, 일본정부가 자국의 안보상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우방국가로, 일본 첨단제품 수출허가신청 면제 국가를 지칭하는 거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27개 국가가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일본 아베 정권이 근자에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시켜 버렸다. 쉽게 말해서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첨단제품에 대해 일일이 심사를 강화해 수출을 억제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심보다.

일본 아베 정권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이면에는 일제시대 한국인 강제징용관련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복이 깔려있다. 멍청하고 줏대도 없는 ‘이명박근혜정부’ 시절 일본 눈치 보느라고 자존심도 없이 청와대와 사법부가 결탁해 일제 강제징용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청구소송을 덮어버렸다.

그러다가 뒤늦게 제정신이든 대한민국 대법원이 지난해 최종판결을 내렸다. 판결내용은 일제시대 강제로 끌려가 혹사당한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 일본기업 ‘신일철주금’은 각 1억원씩을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세계 제2차대전의 전범이면서,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얻어맞고 무조건 항복했던 일본은 지금도 전쟁을 일으킨 전범으로서 ‘패전’을 인정하지 않고 ‘종전’이라고 뻗대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으로서는 당시 자행했던, 그러면서 잊혀지기를 바라는 ‘조선인 강제징용’의 상처가 드러난 것이다. 과거사를 철저하게 부정하는 일본은 그 보복으로 한국에 대해 백색국가제외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분노했다. 자발적인 시민들에 의해 ‘NO아베’ 운동이 벌어졌다. NO아베 운동은 일본여행 중단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져나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운동을 폄훼하며 일본에 사죄해야 한다는 친일파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한 개인과 그 일당의 영달 때문에 정리되지 못했던 친일파들의 잔재가 고개를 들며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나선 거다. 바르게 정리되지 못한 역사는 무서운 괴물이 돼 있었다.

대한민국 2급공무원이며 문화체육관광부 한 모 국장이라는 족속은 사행산업을 감독하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그런 그가 작금의 NO아베 운동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지금은 친일을 하는 게 애국이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부끄럽다. 나 스스로 친일파라고 여러 번 공언했다. 지금 반일 하는 것은 국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매국노들이다. 처단해야 한다. 일본은 조선을 수탈한 게 아니라 일본의 일부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다만 조선인을 참정권이 없는 2등 국민으로 취급했는데, 요즘에야 이해가 간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미개한 나라의 구더기들과 뒤섞여 살아야 한다니…”

누구 말처럼 ‘시민의 합리성과 시민의 힘을 얕잡아보는 빗나간 자칭 선각자와 애국자들, 시민들의 합리적인 불매운동을 비이성으로 매도한 뒤 자신들만이 이성적이며 미래지향적이라는 오만의 성’을 높이 쌓고 있는, 아직도 식민사관을 존중하고 철저한 노예근성에 젖어있는 족속들이 같은 민족임이 나는 부끄럽다. 스포츠든, 정치든, 외교든 일본에 밀리면 나는 성질 난다. 덧붙여, 그의 말처럼 나도 어처구니가 없다.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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